또 ‘반도체 겨울’ 온다는 모건 스탠리, 韓증권가는 ‘갸우뚱’[증시 핫피플]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곧 겨울이 닥칠 것이다.”(Winter looms)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5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종목의 업황을 전망하면서 내놓은 평가다. 범용 D램 수요 부진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했다. 삼성전자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려잡았다. 사실상 ‘매도하라’는 시그널이다.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폭락한 것 역시 모건 스탠리의 분석 탓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제 우리가 다루는 글로벌 메모리 주식 중 가장 선호되지 않는 종목”이라고 지적하며 투자등급을 ‘비중확대’에서 ‘축소’로 하향했는데 ‘중립’을 거치지 않고 두 단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모건 스탠리의 급진적 보고서를 시장이 공포로 받아들인 것은 과거 사례 탓이다. 모건스탠리는 3년 전인 2021년 8월 반도체 업황 둔화를 예견했으며 이후 다운사이클이 찾아왔다. 당시 내놓은 보고서의 제목은 유명 드라마의 대사에서 따온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다.
다만 모건 스탠리의 이번 보고서를 놓고 국내 증권가에서는 다소 갸우뚱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불안정한 업황 상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가 하향이 이어지고 있으나 필요이상으로 과격했던게 아니냐는 것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모건 스탠리의 보고서를 반박하기도 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락하자 보고서를 내고 “HBM이 공급 과잉이라면 왜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에서 추가로 공급을 받으려 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범용이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수출이 어려운 중국이 부진한 국내 소비에도 무리하게 증설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건 스탠리가 지적한 대규모 공급과잉 우려가 가능은 하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과매도 상태”라며 “시장의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일 경우 시장은 다운 슈팅을 하기에 적정한 수준을 알기 어려우나 조만간 공급 과잉의 과정이 줄어들 것이며 11월 이후에는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일 SK하이닉스에 대해 “겨울이 오더라도 가장 돋보일 수 있다”며 모건 스탠리의 매도 시그널에 반대의견를 표시했다. 목표가 역시 26만원으로 하향 없이 ‘유지’했다. 최근 있었던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업황의 유의미한 변화 보다는 관성적 사고에 따른 급진적 수익 실현의 결과라고 봤다.
김영건 연구원은 “HBM 위주의 DRAM 실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동사는 보수적 재고수준을 유지하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며 “재무건전성 확보도 순탄하게 진행하고 있는 등 위기의식까지 갖췄다”고 높게 평가했다.
NH투자증권은 같은날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기존 28만원에서 23만원으로 대폭 하향했으나 최근의 주가 하락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류영호 연구원은 “논 AI 수요 둔화와 비수기 진입에 따른 단기 모멘텀은 제한적이나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매도 리포터를 발간하기 전 하이닉스 주식을 사전에 대량매도했다는 선행매매 의혹을 조사중이다.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당일 종가 기준 1647억원 규모)의 매도 주문이 체결된 건에 대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으며 이상이 발견될 경우 거래소는 이 사안을 금융감독원에 이첩할 방침이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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