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훈의 한반도톡] 재래식무기에도 공들이는 北…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북한이 핵무장 능력을 끌어올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전략자산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면서도 다양한 재래식 무기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4.5t급 초대형 상용탄두(재래식 탄두)가 장착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과 성능을 고도화한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김 위원장은 "오늘날 국가안전 환경을 위협하는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자위적 군사력을 강화하는 사업이 의연 우리 국가의 제일중대사로 되어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핵무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과 함께 상용무기(재래식 무기) 부문에서도 세계최강의 군사기술력과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7.62㎜ 저격수 보총과 5.56㎜ 자동보총 등 재래식 전장에 사용되는 저격무기도 직접 살펴봤다.
북한 매체는 지난 13일 김 위원장의 우라늄 농축시설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인민군 특수작전무력기지와 신형 600㎜ 방사포차 성능 검증 시험 현지지도 소식도 함께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무인기 성능시험을 현지지도했고, 27일에는 방사포무기체계 검수시험사격을 참관했다.
북한은 2017년 9월 여섯번째 핵실험을 하고 같은 해 11월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7년째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과 더불어 재래식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한반도에 전장이 펼쳐졌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재래식 무기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러시아의 군사적 전략전술의 한계는 재래식 무기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는 핵미사일뿐 아니라 다양한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쟁에선 밀고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가 강대국 간 정치에서 억제력 수단으로 유용하지만, 정작 현실 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허들이 너무 높다. 공멸을 각오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만큼 결국 재래식 무기 수준이 전황을 결정지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북한과 관계를 좋게 가져가며 포탄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같은 무기들을 들여온 이유이기도 하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앞다퉈 핵무기를 개발해 보유했지만, 그 후 재래식 무기를 보유하는 데 적잖은 예산을 쓸 수밖에 없었다.
장용석 인제대 초빙교수는 "핵무기를 전장에 사용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미국이 일본에 사용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핵무기는 위세를 보여주는 억제력으로는 유의미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보여주듯 전장에서 사용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보유한 엄청난 재래식 전력과 맞서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 핵무기만큼이나 재래식 무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이 지금은 타격용 무기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는 엄청난 열세를 보이는 공군력과 해군력을 만회하기 위해 반항공 및 반접근 전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의 공군 및 해군 전력의 이동을 사전에 포착하기 위한 레이더 같은 탐지 장비나 지대공 및 지대함 타격무기를 갖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북러 간 군사기술협력은 오히려 전략자산 개발보다는 이러한 재래식 전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위협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러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제8조는 "쌍방은 전쟁을 방지하고 지역적 및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위 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고 명문화했다.
무기 개발 과정에서 러시아의 기술 협조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장 교수는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전술핵을 포함해 재래식 무기의 개발과 배치 등에 대한 군비통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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