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은 없고 격랑만 거세지는 홍명보호…한국 축구 어쩌나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2024. 9.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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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행 성공하더라도 응원하고 싶지 않아” 팬심 여전히 싸늘
9월 국회 출석, 10월 요르단·이라크전 등 험난한 일정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10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의 첫 출항은 만족보다 아쉬움이 컸다. 2026년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1·2차전에서 1승1무를 챙겼지만 여전히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결과는 크게 나쁘지 않지만 내용에 대한 지적은 냉정하다. 새로운 세대를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빠르게 부응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9월5일과 10일, 팔레스타인과 오만을 상대로 한 월드컵 3차 예선에서 1승1무를 기록했다. 한국이 속한 B조는 나란히 1승1무를 거둔 세 팀이 초반 판세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요르단이 다득점과 골득실 등에서 앞서 1위를, 한국이 2위, 이라크가 3위를 달리고 있다. 쿠웨이트가 2무로 4위, 팔레스타인이 1무1패로 5위, 오만이 2패로 6위를 기록 중이다.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9월7일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 훈련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 해줘' 축구라는 조롱까지 나와

결과만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카타르월드컵 3차 예선 때도 초반 2경기에서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했다. 당시엔 홈에서 초반 두 경기가 모두 열렸음에도 이라크와 0대0 무승부, 레바논에 1대0으로 신승을 거뒀다. 벤투호는 초반 4경기에서 2승2무를 기록했지만, 이후 5연승을 달리며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다.

아시아권 국가들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3차 예선 다른 조에서는 호주가 홈에서 바레인에 일격을 맞고, 원정에서 인도네시아와 비기며 C조 5위로 추락했다. 호주는 2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A조에서도 카타르가 UAE에 역전패를 당하고, 북한과 비기며 역시 A조 5위로 9월 일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표면적 결과만큼 홍명보호의 내용은 충실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FIFA 랭킹 96위로 A조에서 가장 전력이 약한 팔레스타인과 홈에서 0대0 무승부로 출발한 것이 혹평의 출발점이 됐다. 한국은 세 차례 득점 기회를 손흥민·이강인이 날렸고, 상대의 날카로운 역습과 세트피스로 실점 위기를 맞았다. 중동 팀에 당하는 전형적인 패턴을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 대응으로 확실히 끊어내지 못한 것이다.

경기 시작 전 선수단 소개 때부터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진 야유는 경기 내내 반복됐다.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잡히면 관중석에서 야유가 이어졌다. 경기 종료 후에는 대표팀 수비의 기둥 김민재가 홈 팬들이 야유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며 서포터즈인 붉은악마와 잠시 대치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경기 후 손흥민·이강인 등 주요 선수들이 감독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며 불신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홈 이점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누더기를 연상시킬 정도로 최악이었다. 손흥민·이강인·황희찬·황인범 등 공을 소유하며 좋은 테크닉을 발휘해야 할 선수들이 제멋대로 튀는 불규칙 바운드에 애를 먹고, 수시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혹서기를 지나며 잔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다행히 오만 원정에선 여러 상황이 개선됐다. 잔디 상태는 최상이 아니었지만 손흥민이 "굉장히 좋았다. 선수들이 자신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의 상황보다는 나았다. 오만 교민회를 중심으로 펼친 응원도 일방적 성원 위주였다. 그래서였을까? 한국은 전반 10분 만에 황희찬이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37분 손흥민의 결승골, 추가시간 주민규의 쐐기골이 터지며 3대1로 승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거둔 첫 승리로 한숨을 돌린 홍명보호지만 칭찬과 격려보다는 비판과 지적이 많다. 오만전에 황희찬을 2선 공격 중앙에 배치하는 변화로 결정력을 끌어올렸지만, 후방의 불안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못했다. 후반 중반까지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결승골 장면에서는 이강인과 손흥민이 상대 필드플레이어 8명을 무력화시키는 개인 기술을 발휘하자 '전술은 없고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특히 3득점 과정에서 손흥민이 1골 2도움을 기록하자 이른바 '손흥민 해줘' 축구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홍명보 감독은 그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경기 중 전술 변화를 가져갔고 잘 맞았다. 후반 30분 이후 선수들이 완벽하게 이행했다"고 반박했다. 개인의 능력이 아닌 전술적 우위로 승리했다는 도취로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팀 정신을 유달리 강조하고 모두의 헌신 위에 개인이 빛날 수 있다는 홍명보 감독의 전형적인 답변으로 볼 수도 있다. 손흥민 역시 오만전 후에는 "승리를 위해선 선수들의 희생과 노력이 모두 동반돼야 한다. 오늘은 모두가 하나로 뭉친 덕분에 승리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 압도하고 세대교체도 이뤄야

승리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임 과정을 불투명하게 진행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A대표팀 사령탑 가능성을 일축하다 갑자기 수용한 홍명보 감독의 태도 변화에 대중이 여전히 호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팬들은 "본선행에 성공하더라도 응원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정몽규 회장의 사퇴와 홍명보 감독의 실패를 바라고 있다.

홍명보 감독에게는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승리해야만 한다. 그것도 내용까지 확실히 잡아야 한다. 거기다 세대교체까지 이루라는 요구도 있다. 팔레스타인전 당시 A대표팀의 선발라인업은 평균 30.3세였다. 2년 후 열리는 본선을 고려하면 어린 선수들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번에 홍명보 감독은 K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영건 양민혁을 비롯해 새 얼굴 4명을 뽑았다. 그러나 기용된 것은 황문기가 유일했고 양민혁·이한범·최우진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확실한 플랜A로 승리하고, 전술적인 내용으로 압도하고, 젊은 선수들의 비중까지 높이는 세 마리 토끼를 확실히 잡아야 인정을 받을까 말까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출신에, 최근 2년 연속 울산의 K리그1 우승을 이끌었지만 A대표팀 감독 홍명보에 대한 여론은 적대적이다. 당분간 난관은 이어진다. 10월 열리는 요르단과의 원정 경기, 이라크와의 홈 경기는 초반 판도를 결정지을 승부다. 그에 앞서 9월24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현안질의에 홍명보 감독을 증인으로 불러들이기로 했다. 선임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날 선 질문도 그를 괴롭힐 요소다. 공정성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내놓지 못하면 10월에도 홍명보 감독을 향한 야유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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