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패 행진 기록 35경기에서 끝난 레버쿠젠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엘 04 레버쿠젠의 무패 행진 기록이 35경기에서 막을 내렸다. 2023~2024시즌 무패 우승을 달성한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들어서도 1라운드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2라운드 RB 라이프치히전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34경기 무패 행진을 달성한 팀이 새 시즌 단 2경기 만에 1패를 당한 것이다. 라이프치히와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전반에 터진 제레미 프림퐁, 알레한드로 그리말도의 연속 골 덕에 2-0 리드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후방 빌드업에 전념하던 케빈 캄플의 기습적인 공격 가담을 막지 못하며 전반 추가 시간에 실점했고, 후반 57분과 80분 두 차례 로이스 오펜다에게 골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전력 지킨 레버쿠젠, 공격은 날카롭지만…
레버쿠젠의 무패 행진이 종지부를 찍으면서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 판도는 예측 불허 상황이다.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보는 재미가 쏠쏠한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톱3 팀인 레버쿠젠, VfB 슈투트가르트, 바이에른 뮌헨의 이번 시즌 초반 경기력과 이들을 맹추격하는 팀들을 분석했다.
무패 깨진 레버쿠젠, 불안한 수비력
최근 레버쿠젠은 기존 전력을 지키는 데 주력했다. 이적설이 무성하던 요나단 타, 프림퐁, 플로리안 비르츠 같은 선수를 잔류시켰고, 아탈란타 BC로 떠난 오딜롱 코수누 외에 이렇다 할 이탈은 없었다. 사비 알론소 감독이 뜻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선수들이 올 시즌에도 잘 짜인 빌드업 체계를 형성해 공격적인 축구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말도, 비르츠, 그라니트 자카, 프림퐁, 빅터 보니페이스를 앞세운 공격은 여전한 날카롭다.
하지만 레버쿠젠 수비는 사정이 다르다. 슈퍼컵 슈투트가르트전부터 1라운드 묀헨글라트바흐전, 2라운드 라이프치히전까지 최근 경기에서 2실점 이상을 허용하고 있다. 상대 팀이 빠른 역습을 시도하면 레버쿠젠 수비진은 취약함을 드러낸다. 오른쪽 센터백으로 위치를 바꾼 에드몽 탑소바의 포지션 적응 부족, 컨디션 난조로 빠진 루카시 흐라데츠키 대신 라이프치히전에 출전한 백업 마테이 코바르시의 부진도 문제다.
다만 레버쿠젠은 여전히 유력한 우승 후보다. 다른 팀보다 건재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데다, 알론소 감독의 전술 운용과 경기 막판 뒷심이 유별나게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좋은 능력을 보인 수비진의 퍼포먼스가 유지될지 여부에 따라 이번 시즌 팀 성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알론소 감독이 부임하기 전 레버쿠젠 수비진은 지금보다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수비력이 다시 그때 수준으로 회귀한다면 올 시즌 레버쿠젠에는 생각보다 많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진짜 위기' 슈투트가르트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슈투트가르트는 올 시즌 리그 두 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개막전 SC 프라이부르크와 경기에서 1-3으로 패했고, 홈 개막전인 2라운드 FSV 마인츠 05와 경기에선 3-3 무승부를 거뒀다. 두 경기에서 6실점이나 허용하며 공수 밸런스에 문제를 드러냈다. 슈투트가르트는 상대가 준비한 맞춤형 전술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바스티안 회네스 감독은 빌드업 시 센터백 2명과 중앙 미드필더 2명을 2-2 형태로 배치하며 풀백과 윙을 전진시키는데, 이 전략이 상대 팀에 간파당한 것이다. 최근 상대 팀들은 2명의 미드필더에게 3명이 압박하는 '전방 압박'을 통해 슈투트가르트의 공격을 측면으로 제한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의 실수가 나오면 재빠르게 공을 탈취한 후 역습을 시도해 뒤공간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발데마르 안톤과 이토 히로키가 빠진 수비진도 불안함을 보인다. 주전 센터백 안톤은 도르트문트, 왼쪽 풀백과 센터백 멀티 자원 이토 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는데, 현재까지 이들의 빈자리를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하는 슈투트가르트가 초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갈지 주목된다.
바이에른 뮌헨, 후반기 경기력 보강이 관건
새 감독 콩파니 맞은 바이에른 뮌헨의 전략은?
기대 반, 우려 반 분위기 속에서 바이에른 뮌헨 감독으로 부임한 뱅상 콩파니는 후방 빌드업 체계를 팀에 이식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리그 개막을 앞두고 이토 히로키와 요시프 스타니시치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기마다 선수 위치를 바꿔가며 새로운 빌드업 전술을 시도하는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다.
1라운드 볼프스부르크전에선 다요 우파메카노가 왼쪽 센터백, 김민재가 오른쪽 센터백으로 출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스트라히냐 파블로비치가 빌드업 시 우파메카노 옆으로 내려와 변형 백3를 형성하고, 파트너 요슈아 키미히만 중앙에 남는 3-1 빌드업을 시도했다. 이때 김민재는 오른쪽 센터백 자리에서 측면 넓은 공간으로 올라간 샤샤 보이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후방에서 측면 넓은 공간으로 공을 끌고 올라와야 하는 역할에 큰 부담을 느꼈는지 실점 상황에서 공을 뺏기고 말았다. 이에 콩파니 감독은 2라운드 프라이부르크전에선 김민재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역할을 재설정했다. 이 경기에서 김민재는 왼쪽 센터백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왼쪽 풀백 하파엘 게헤이루가 빌드업 시 중앙 미드필더처럼 들어와 2-3 전형을 형성했다. 왼쪽 측면 자원과 후방 자원 간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게헤이루의 보조 덕에 김민재가 무리하게 공을 끌고 올라가야 하는 부담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김민재 또한 완벽한 활약으로 콩파니 감독의 전술 변화에 화답했다.
매 경기 달라지는 콩파니 감독의 후방 빌드업 전술이 먹혀든 덕에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전 분위기를 지배하는 추세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서는 선수단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술을 간파한 상대 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향후 더 안정적인 성과를 내려면 콩파니 감독의 경기 운영 방법이 보완돼야 한다.
기존 톱3 위협하는 라이프치히, 하이덴하임, 도르트문트
마르코 로제 감독이 이끄는 라이프치히는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라운드 VfL 보훔전은 안토니오 누사의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2라운드 레버쿠젠과 경기에서 극적인 3-2 역전승을 거둔 것도 큰 성과다. 빠른 발로 뒤공간을 공략하는 데 능한 오펜다, 드리블 기술을 앞세운 누사, 이번 시즌에도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할 사비 시몬스가 개성 넘치는 플레이로 라이프치히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주축 자원 상당수가 떠났음에도 짜임새 있는 경기를 펼치는 하이덴하임도 시즌 초반 2전 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에 승격하자마자 리그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만큼, 이번에도 초반 상승세를 얼마나 이어갈지 궁금하다.
누리 사힌 감독의 도르트문트는 아직 전술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최상위권 팀들의 기량이 흔들리면 언제든 그 빈자리를 꿰찰 유력 후보다.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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