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한다고 사업성 나아질까[인텔 파운드리 명과 암②]

이인준 기자 2024. 9.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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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18A 공정으로 아마존 AI 칩 개발
18A 공정, 인텔 파운드리 사업 성패 걸려
분사 이후 투자재원 확보 등 사업 전략 주목
[서울=뉴시스]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인텔 본사. (사진=인텔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인텔이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인텔은 PC 시대를 호령한 반도체 역사의 산증인이지만, 2000년대 모바일 시대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며 추락을 자초했다. 이후에도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투자 기회를 놓치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실책을 남발했다.

그 결과 주력 사업인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뒷걸음질 쳤고, 미래를 보고 시작한 파운드리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고객사들은 협력을 주저하고, 커지는 재무 부담에 인재들은 떠나고 있다.

이런 인텔이 과연 미국의 첨단 반도체 경쟁력 회복이라는 특명을 완수할 수 있을지 시장 의구심은 커진다.

1.8나노에 쏠리는 눈…기술 경쟁력에 달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수주한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맞춤형 칩은 인텔 재건 가능성을 체크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인텔은 내년부터 18A 공정에서 AWS가 주문한 AI 맞춤형 칩을 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이를 위해 수년간 수십억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인텔 18A(1.8나노미터) 공정은 일종의 '최후 보루'다.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더 진보된 18A 제조 공정에 집중하기 위해 20A 제조 공정을 마케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힐 정도다.

인텔 18A 공정에는 인텔의 차세대 기술이 총집결해 있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리본펫'(RibbonFET), 반도체 후면 전력 전달 기술(BSPDN) '파워비아'(PowerVia) 등이 투입된다. 이 중 반도체 전력 공급 효율을 향상하는 BSPDN 기술은 인텔이 TSMC(2026년·1.6나노)나 삼성전자(2027년·2나노)보다 앞서 선제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술이다.

인텔은 이와 함께 제조 원가 절감과 초미세 공정 양산에 필요한 차세대 극자외선(EUV)인 '하이-NA EUV' 노광 장비도 업계 최초로 2대를 확보했다.

미국 반도체 부흥을 위해 인텔에 돈도 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직접 보조금과 대출 지원을 합쳐 인텔에 총 195억달러를 몰아줬다. 이중 보조금은 85억달러로, TSMC(66억달러), 삼성전자(64억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미국 국방부에 공급할 군사용 반도체 제조를 위해 35억달러(4조6620억원)의 연방정부 보조금도 추가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는 올해 최대치를 기록한 후 2027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이라며, 최근 인텔에 닥친 시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인텔 파운드리 로고. (사진=인텔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분사는 '양날의 검'…파운드리 자립 가능할까

그러나 인텔 파운드리가 충분한 자생력을 확보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기로 했는데, 파운드리 사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파운드리가 자회사로 분할되면 사업 독립성이 높아져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인텔이 '분사'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서 비롯된 심각한 재무 위기 탓이다. 하지만 분사 이후에는 투자 재원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천문학적 투자비가 필요한 대규모 장치 사업인데, 인텔 파운드리는 아직 '적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팻 겔싱어 CEO는 "사업부 간 분리를 확대하면 각 사업부에서 독립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독립 계열사로 설립한다는 계획과, 폴란드 및 독일 내 일부 투자를 중단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 파운드리 분사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텔이 워낙 자주, 수 차례 구조조정을 하다보니 첨단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가 많이 떠난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한때 세계 최고 기술 인재를 보유한 인텔의 반도체 리더십은 '외계인 납치설' 같은 우스갯소리로 그 우수성이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은 최근에는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논란에 직면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베테랑인 립부 탄(Lip-Bu Tan) 전 인텔 이사는 지난 2022년 9월 인텔에 합류한 지 2년 만인 지난달 이사직을 내려놨다.

외신에 따르면 탄 이사는 비대해진 인력, 위험 회피 문화,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진 인공지능(AI) 전략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팻 겔싱어 CEO와 이사진의 의견차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최근 인텔의 파운드리 분사 발표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점진적인 변화라기보다는 기존에 공개했던 조치를 더 명확히 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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