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지만 놀아도 돼, 멍때려도 돼 [사람IN]

문상현 기자 2024. 9. 2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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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정함!' '실수, 실패, 쓸데없음 대환영!' '여긴 공짜 아니고 공공' '우린 모두 다른 생명체, 인정과 존중!' '안전 완전 중요'.

다만 도서관 표준분류법을 따르는 대신 나름의 분류체계를 적용했다.

체험을 하면서, 시도와 실패를 하면서 더 알고 싶거나 궁금하면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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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조은정 관장(왼쪽)과 노나리 리드영자. ⓒ시사IN 이명익

‘난 나야!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정함!’ ‘실수, 실패, 쓸데없음 대환영!’ ‘여긴 공짜 아니고 공공’ ‘우린 모두 다른 생명체, 인정과 존중!’ ‘안전 완전 중요’.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문구들이다. 눈을 돌리고 몸을 틀면 보이는 곳곳에 붙어 있다. ‘라이브러리 티티섬’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약속’들이다.

티티섬은 공공도서관이다. 청소년을 뜻하는 ‘틴’(Teen, 17~19세), 어린이나 청소년,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기 애매한 10대 초반을 의미하는 ‘트윈(Teenager+Between, 12~16세)’을 ‘섬’과 합쳐 ‘티티(TT)섬’으로 이름을 지었다. 2021년 비영리단체 도서문화재단 씨앗이 인근 9개 초·중·고교가 모여 있는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설립해 운영 중이다.

티티섬은 일반적인 도서관 공간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전문 장비가 갖춰진 목공소와 다양한 도구 및 재료가 준비된 작업실,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 작물을 키우는 텃밭, 밴드 합주나 춤 연습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비밀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도서관이니 당연히 공간 곳곳에 책이 배치돼 있다. 다만 도서관 표준분류법을 따르는 대신 나름의 분류체계를 적용했다. 목공소 공간에는 목공 관련 책, 작업 공간에는 예술과 미술책, 비밀 공간에는 심리 관련 책 등을 정리해두는 식이다. 체험을 하면서, 시도와 실패를 하면서 더 알고 싶거나 궁금하면 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티티섬의 목공소 공간. ⓒ시사IN 이명익

공간 쓰임새는 ‘각자 알아서’ 정할 수 있다. 초록 식물이 자라는 텃밭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고, 공간 곳곳을 다니며 숨바꼭질도 할 수 있다. 어떤 공간에서 무슨 일을 하든 관계없다. 혼자 해도 되고, 함께 해도 된다.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멍때리기’도 환영이다. 공간에 맞춘 경험을 제안하면 오히려 경험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 티티섬의 철학이다. 조은정 티티섬 관장(40)은 “매일 컴퓨터 게임만 하고 가는 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있었는데, 종종 촬영해둔 사진을 나중에 모아 보니 공간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함께 경험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스스로 궤도를 찾고 수정하고 결정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티티섬 곳곳엔 어른들이 있다. ‘영자(운영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아이들을 ‘용자(이용자)’라고 부르며 필요한 것을 지원해주고 자극이 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주는 정도의 역할만 한다.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자나 관리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거울이자 영감이다. 노나리 라이브러리 티티섬 리드영자(40)는 “티티섬 운영자 업무의 1순위는 용자들을 만나는 일이다. 눈 맞추고 들어주고 질문하면서 신뢰를 주려 한다. 용자들이 더 자유롭고 본인다울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라고 말했다.

티티섬을 완성하는 건 ‘용자’들이다. 티티섬 기획 단계부터 지역 청소년 23명이 참여했다. 운영이 시작된 이후에도 용자들의 아이디어와 제안을 공간 구성에 반영하고 있다. 이곳의 철학과 방향, 곳곳에 붙어 있는 ‘5가지 약속’만 해치지 않는다면 어떤 것이든 용자들이 바꿀 수 있다. 8월31일 개관 3주년을 맞은 티티섬은, 지금도 공간의 주인인 용자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

티티섬의 밴드 연습실 ⓒ시사IN 이명익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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