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日자민 총재선거 후보 절반이 야스쿠니 참배…불안한 한일 앞날
"한국 관심 많은 기시다 퇴임도 한일관계 불안 요소"…역사 갈등 더 커질 수도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후임을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오는 27일 실시되는 가운데 후보 절반가량이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온데다, 후보들 대부분이 한국에 관한 관심도 그리 많지 않아 향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일 관계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 당시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왔으나,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기시다 총리와 정상 간 신뢰가 쌓이면서 급속히 개선됐다.
한일 관계를 중시한 기시다 총리가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따라서 향후 양국 관계 향방을 결정할 중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후보 9명 중 절반가량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여기엔 특히 '3강' 중 2명이 포함됐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이다.
이들 외에도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까지 후보 9명 가운데 4명이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이나 예대제(제사)에 야스쿠니를 참배하고 있다.
올해 패전일에도 야스쿠니를 찾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만약 총리로 당선될 경우 참배 여부에 대해 "앞으로 적절히 판단하겠다"고만 말해 여지를 남겼다.
그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총리 재임 당시 매년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외교 갈등을 빚었다.
극우 성향 여성 후보인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예대제와 패전일마다 야스쿠니를 빼놓지 않고 참배해 오고 있다.
그는 19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총리에 당선되면 야스쿠니를 참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이것은 내 마음의 문제"라며 대놓고 참배 의사를 밝혔다.
40대 '젊은 극우'로 평가받는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최근 잡지사 문예춘추와 인터뷰에서 총리가 될 경우 참배할 것이냐는 질문에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중국의 반발에도 계속 참배할 뜻을 피력했다.
가토 전 관방장관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총리 참배는 여러 가지 영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향을 적게 하는 가운데 참배 기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며 참배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적어도 야스쿠니산사 참배에 있어서는 이들은 현 기시다 총리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외무상과 총리를 지내면서 한국과 협력에 관심을 가졌던 기시다 총리와 달리 차기 총리 후보들에게서는 한국에 관한 관심이나 접점이 부족한 것도 양국 관계에 불안 요소로 꼽힌다.
도쿄신문은 최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임했던 외무상 시절의 경험도 있어서 (기시다 총리는) 일한 관계 개선에 대한 뜻이 강하다"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 발언을 전하며, 기시다 총리 퇴임 자체가 한일 관계 미래에 불안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외교 관계자는 유력 후보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에 대해 "현안 등과 관련해 한국에 대해 좋다, 나쁘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한국과 접점이 없는 후보로 평가했다.
차기 일본 지도자가 누가 선출되든 역사 문제라는 암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개선되면서 정상 간 셔틀 외교가 12년 만에 부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퇴임을 앞두고서까지 방한해 정상회담을 하는 등 양국 정상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약 2년 반 동안 12차례 회담했다.
이같은 양국 정상의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 개선은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징용 피해자 배상을 담당하는 한국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 기금이 부족한 상황에 몰리면서 한국이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 해법은 재단이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으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에게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법이다.
재단은 애초 한일 기업 등의 기부금으로 판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일본 기업이 전혀 참여하지 않으면서 기금이 부족한 상태다.
또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과 관련해서도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의 역사적 사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국내에서 계속 나오는 등 양국 간 역사 문제는 꺼지지 않는 불씨다.
적어도 한일 관계에서는 '기시다 보다 기대할 것 없는' 차기 총리들이 한동안 중단했던 야스쿠니신사 참배까지 강행할 경우, 양국 간 역사 갈등은 기시다 시대보다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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