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원전 르네상스'…팀코리아 '1600조 원전 시장' 이끈다

이정현 기자 2024. 9. 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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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자력協, 2035년 1600조 시장 전망…세계는 '다시 원전'
韓, 빠른 원전생태계 회복…'K-원전' 체코 이어 세계시장 겨냥
윤석열 대통령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성에서 한·체코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4.9.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탈(脫)원전을 선언했던 세계 각국이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탈원전을 폐기하고 다시 원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유턴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는 2035년까지 글로벌 원전시장 규모는 165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후 강력한 친(親)원전 정책을 내건 윤석열 정부는 원전 본고장인 유럽에서 24조원 규모의 체코원전을 따내며, 탈원전의 암흑기를 이겨내고 단숨에 원전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유럽 주요국의 추가 러브콜이 쇄도하면서 한국은 원전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가 됐고, 정부의 '2030년 원전 수출 10기'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1일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산업이 고성장할 경우 오는 2050년 전 세계 원전 발전용량은 890GWe(기가와트일렉트릭)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439기, 발전용량은 395GWe 수준인데 최대 550기의 원전이 추가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미 지난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신규 건설을 검토 중인 원전만도 344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 초 세계원자력협회도 오는 2035년까지 원전시장 규모가 1653조 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시장 전망은 세계 각국의 '친(親)원전'으로의 정책기조 변화에 기인한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소위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은 최근 앞다퉈 다시 원전 활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회귀했다. 이상기후와 디지털시대 전환 등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배경이 됐다.

대표적으로 스위스는 지난달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신규 원전 허용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탈리아, 스웨덴, 프랑스 등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베트남도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에 들어갔다.

탈원전으로 침체를 겪어 온 국내 원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고, 원전을 '반도체'와 같이 국가 차원의 주력상품으로 키운 한국으로서는 기회의 장이 열린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방문해 텅빈 원자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출범 후 원전 생태계 정상화에 집중했고, 그 결과 국내 원전산업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발표한 '원자력산업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 추진 이후 국내 원자력산업계의 매출·투자·인력·해외 수출계약 실적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산업 분야 매출은 3조8374억 원이 증가(21조5860억 원→25조4234억 원)했고, 원자력 이용률은 7.1%p(74.5%→81.6%), 원자력 발전량 점유율도 2.2%p(27.4%→29.6%) 늘었다.

지난 12일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도 이뤄졌다. 원전 생태계 복원의 상징적인 사례로, 한국수력원자력이 허가 신청을 낸 지 무려 8년 만이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로는 2016년 6월 새울 3‧4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에 새 원전을 짓게 된 것이다.

'K-원전' 시장의 회복은 즉각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사실상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최종계약까지는 아직 8개월여 남았지만,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K-원전은 원전 본산지인 유럽 무대에 첫 깃발을 꽂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는 체코 정부 추산 총사업 24조 원이 투입되는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다.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기도 하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연말까지 세부 계약 협상을 진행한 뒤, 내년 3월쯤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오는 2029년 착공에 들어가 2036년에는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성과가 단발성 수주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한국형 원전의 첫 유럽 진출로 인해 역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체코 외에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이미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사업자 선정을 위해 발주사와 타당성 조사용역 계약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와 핀란드 또한 최근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추가 원전 도입을 발표했다.

민관으로 구성된 팀코리아는 추가 원전 수출을 위해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한 윤 대통령도 'K-원전'의 우수성을 알리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신규 원전 수주를 굳히기 위해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 폐기, 신규 원전 건설 재개, 기존 원전 계속 운전, 원자력 인력양성, 소형모듈원전(SMR) 기술개발 등을 통해 원전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체코 HN과 인터뷰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언급하며 "이는 원전 생태계의 완전 복원을 의미하며, 흔들림 없는 원전 정책의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며 국가 주력산업으로서 'K-원전'의 경쟁력을 보증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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