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자 있는 거 아냐?' 왜 NC는 8G도 못 참고 경질했나…"마무리 안 됐는데, 도리 아니다"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지금은 결정된 게 없다. 지금 계신 분과 마무리가 안 됐는데 차기 후보와 만나거나 이야기하는 게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임선남 NC 다이노스 단장은 20일 창원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강인권 감독을 전격 경질한 배경을 설명했다. NC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강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는데, 사실상 성적에 책임을 물은 경질이다. NC는 "성적 부진으로 침체된 분위기 쇄신을 위해 5강 탈락이 확정됨과 함께 강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다. 잔여 시즌은 공필성 C팀(2군)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NC의 감독 경질 발표 시점은 의문을 품기 충분했다. 정규시즌을 단 8경기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에 굳이 감독을 해임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 강 전 감독에게 올해까지는 다 맡기고 변화를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기다리지 않고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자마자 결단을 내렸다. 발표는 20일에 했지만, 구단 내부적으로는 19일 경기를 마친 시점에 이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NC가 이토록 서둘러 움직인 이유가 뭘까. '이미 내정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충분히 나올 만한 행보다. 그렇지 않은 이상 8경기를 남기고 서둘러 사령탑 해임을 결정하는 게 흔치 않기 때문. 이미 야구계에서는 특정 후보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 단장은 취재진 앞에서는 후임 감독과 관련해 내정자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결정된 게 없다. 지금 계신 분과 마무리가 안 됐는데, 차기 후보와 만나거나 이야기하는 게 도리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런 쪽으로는 진척된 게 없다. 지금부터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임 단장은 "시즌 중에 어려운 순간이 많이 있었지만, 부상이 많아서 아쉬운 성적을 다 감독 탓으로 돌리는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주신 점에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중간에 여러 차례 긴 연패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부상 탓만 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연패가 길어지고, 어려운 상황일 때는 변화를 주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됐다. 오랜 기간 고민했다, 시즌이 길고 팀 스포츠다 보니까 당연히 시즌 중에 어느 정도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안 좋은 상황에 바로 반응하고 그럴 때마다 감독을 교체하고 새로 시작하는 문화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전 감독님도 임기를 다 마무리 못한 것도 있고, 고민이 많았으나 최대한 기다리고 서포트하려 했다. 그래도 이 시기에는 대내외적으로 분위기를 쇄신하고 내년 시즌을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기 위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규시즌 8경기를 남기고 당장 대단한 분위기 쇄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선수단을 이끌게 된 공필성 감독대행은 "2군에서 강 감독님을 잘 보필하지 못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지금 강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선수단을 8경기 남은 동안 잘 마무리해서 좋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 단장은 그런 공 대행에게 "남은 경기가 많지 않지만, 팬들에게 부끄러운 경기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내년을 대비한다는 핑계로 2군 선수를 대거 올려 계속 기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러지 말아달라. 경기를 포기하거나 남은 시즌을 버리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 그런 식의 긴장감 없는 운영은 젊은 선수들 성장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부탁을 드렸다.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분위기 쇄신을 시작할 시점을 꾸준히 고민했다는 말은 납득할 만했지만, 어쨌든 급작스러운 결정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NC는 20일 오후 1시 경기장에 출근한 강 전 감독에게 해임을 통보하기 앞서 공필성 퓨처스 감독을 찾아가 대행을 요청했다. 퓨처스팀 출근 시간이 이르기에 먼저 만날 여건이 됐겠지만, 그래도 당사자에게 먼저 사실을 통보한 뒤에 움직이는 것이 모양이 나을 뻔했다. 급박하게 일이 진행되면서 구단의 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탓인지 공 대행도 거듭 강 전 감독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NC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코치진 개편도 단행하면서 강 전 감독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전형도 수석코치와 김수경 투수코치를 이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이용훈 코치를 등록했다. 전형도 수석코치는 강 전 감독이 NC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직접 데려온 인물이고, 김수경 코치 역시 강 전 감독이 신임했던 인물이다. 전형도 코치는 D팀(잔류조) 타격코치, 김수경 코치는 재활코치로 보직을 변경했다.
공필성 퓨처스 감독이 떠난 자리는 조영훈 코치가 대신하기로 했다. 퓨처스 감독이 아닌 평코치로 선수단을 이끌 예정이다. 강 전 감독의 오른팔과 같던 코치 2명을 주요 보직에서 제외하면서 1군은 수석코치 없이, 2군은 감독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모양새가 됐다.
임 단장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육성을 강조하면서 새 사령탑은 구단과 소통해달라 당부했다. 임 단장은 "구단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FA 의존도를 줄이고 육성을 통해 지속성을 확보하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이런 철학에 동의가 되고, 이걸 같이 만들어가는 분이면 좋겠다. 구단이 방향을 정하고 감독님은 따라오라는 것은 원하지도 않고 사양하고 싶다. 반대로 감독님이 소통 없이 끌고 가는 것도 곤란하다. 프런트와 많은 논의를 통해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NC는 20일 창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곧장 광주 원정길에 올랐다. NC는 21일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강 전 감독은 2022년 5월 11일 감독대행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고, 2022년 시즌을 마친 뒤 2023~2025시즌까지 3년 계약을 하고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정식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해 4위로 NC를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끄는 등 팀 안정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올해 부진을 책임지게 되면서 감독 통산(대행 포함) 401경기 197승 197패 7무 승률 0.500을 기록하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짐을 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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