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빅컷'에 韓 내수 개선 기대감 커진다…수출 악영향 우려

김동현 기자 2024. 9.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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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기준금리 0.5%p↓…경기침체 우려 先반영
정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상황 변화에 대응
美 경기침체→韓 수출 감소·실물경제 악재 우려↑
전문가 "美금리인하 대미수출 악영향 줄 수 있어"
[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각) 워싱턴의 연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4.75~5.00%로 낮췄다. 2024.09.18.


[세종=뉴시스]김동현 용윤신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에 나서면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내수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준의 빅컷 이후 가계 빚과 부동산 시장 안정세를 바탕으로 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가능할 수 있고,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 실질소득 증가,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지면서 내수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R의 공포)에 따른 후폭풍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빅컷을 선제적으로 단행할 정도로 R의 공포를 의식하고 있는 만큼 미국발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4.75~5.00%로 낮췄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금리 인하 조처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美 연준, 기준금리 0.5%p 인하…경기침체 우려 반영

미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각) 4년 6개월만에 기준금리를 5.25~5.5%에서 4.75~5.0%로 0.5%p 낮췄다. 연준의 빅컷 단행은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와 고용시장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우리나라와의 금리 격차는 2%p에서 1.5%p로 줄었다. 중론은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한은이 연 3.5%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모아진다.

한미간 금리 차이가 좁아지면 달러 약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 있고, 원화 강세는 해외 금융 자본 유입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로 민간소비·설비투자 침체 등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금리가 인하될 경우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여력이 높아지면서 내수 회복이 본격화될 수 있어서다.

다만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집값과 가계부채가 급등할 수 있는 만큼 언제 금리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선 한은이 집값과 가계부채를 고려해 금리를 움직이겠다고 시사한 만큼 10월 인하론과 11월 인하론이 공존한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9.19. ks@newsis.com

韓 정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상황변화에 대응

우리 정부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발표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 높은 경계심을 갖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대내외 상황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화정책 전환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주요국들의 피벗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원화 강세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챙긴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함께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 대선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24시간 합동 점검체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선 가계부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8.8 부동산 공급 대책을 추진하면서 주택시장 과열 및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가 보일 경우 추가적 대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뉴욕=AP/뉴시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가 큰 폭 하락 마감했다.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2년여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고, 빅테크 '매그니피센트7(M7)'은 동반 폭락했다. 2024.08.06.

美 경기침체→韓 수출 감소에 실물경제 악재 우려

R의 공포 우려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에 악재로 꼽힌다. 지난달 국내 증시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넘어 공포가 확산되며 코스피지수 2400선이 붕괴되는 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내년부터는 수출 감소로 인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미국 경기침체가 정보·기술(IT)로 이어지고 반도체 수요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한국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고 실물경제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수입물가 오름세도 걱정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국내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증가하면서 경제 타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3.9% 증가한 574억9000만 달러(78조6520억원)로 집계, 10개월 연속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다. 1일 부산 남구 신선대(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08.01. yulnetphoto@newsis.com

전문가들 "美금리인하 對美 수출 악영향 줄 수 있어"

전문가들도 미국의 금리 인하가 대미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이뤄져 내수가 반등세를 보이더라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악세로 돌아서면서 경기 둔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배경은 경기 둔화로 볼 수 있는데 이는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미국 경제가 좋아서 수출을 많이 늘렸는데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 실장은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물가가 더 낮고 금리를 인하할 여건은 준비돼 있다"며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수렴하기 위해선 금리도 정상수준에 맞춰야 하고 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고려애 선제적인 대응 수단으로 금리를 인하했다"며 "한은도 한 번 정도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 기업 실적은 나빠질 수 있다"며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데 수출까지 좋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점점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점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yony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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