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죽을 것 같다고요?…'마음 단련'[조수원 BOOK북적]
올림픽메달리스트 김아랑 쇼트트랙 선수 비법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저는 멘탈이 약한 거 같아요.” “불안해서 죽을 것 같아요.” “작은 일에도 자꾸 무너져요. 끈기가 없는 걸까요?”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루하루가 치열한 세상 속에서 많은 사람이 불안해 한다.
그런데 왜 같은 상황에서도 누구는 더 불안해하고, 누구는 덜 불안해할까? 멘탈이 강한 사람이 따로 있을까?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다. 불안을 조절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받아들임'이다. 스스로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중요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20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프레젠테이션에서 긴장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중략) 결과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조직의 능력을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잘 보여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최대한 집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70~71쪽)
한덕현 스포츠 정신의학 전문의와 국내 최초 3연속 올림픽메달리스트 김아랑 쇼트트랙 선수가 함께 펴낸 책 '마음 단련'은 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배우는 마음 근육 단련법이 담겼다.
"누군가 실제 모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적임자인 김아랑 선수에게 같이 쓰자고 제안했어요"
한덕현 전문의는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 야구단 현대유니콘스 스포츠 심리 자문을 시작으로 축구, 농구, 골프, 게임 등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심리 자문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 지원 전문가로 위촉됐다.
위기의 순간을 이겨낸 김아랑 쇼트트랙 선수는 '마음 단련'으로 평창 올림픽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했다.
김 선수는 첫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자 두 번째 평창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직후 메달을 반드시 따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개인전 메달을 못 따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선수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당시 한덕현은 김아랑에게 최악의 경우를 떠올려보라고 제안했다. 김아랑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보니 삶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깨달았고 겁먹기 대신 자신감을 회복했다.
"경기를 우세하게 이끌어가는 선수들은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에는 그냥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떨지 않는 가장 큰 비결'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2만 5,000명이 넘는 관중이 지켜보는 최종 결승전인데 긴장되는 게 당연하죠. 어떻게 안 떨릴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얼핏 보니 골키퍼가 살짝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왼쪽 구석만 보고 슛을 날렸더니 그게 들어간 거예요.' 국가대표 축구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스타 선수가 한 말이다."(52쪽)
이 책은 결정적 순간에 우리를 가로막는 콤플렉스에 대해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두려움과 공포의 실체를 파악하고, 자기 정체성을 높여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되는 상황에서는 몸도 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 나오는 간단한 팁을 소개해본다. 첫째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는다. 둘째 자기만의 시선 포인트를 정해둔다. 셋째 신호가 되는 짧은 단어를 사용한다. 넷째 심리적 안정을 주는 특정 행동을 만든다.
김아랑 선수는 “모든 문제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맨 처음 해결 방법을 배우면 다음의 다른 문제들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탁월한 성취를 이루어내는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한덕현 전문의는 "답은 멘탈에 있다"며 "주변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는 경우에는 자아 정체성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자신의 현실과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죠"
"누군가의 비판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두려워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충고를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과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나 남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는 고집불통은 결국 똑같은 사람이다. 정체성을 찾으려면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모습을 바라보고 솔직해져야 한다."(104~105쪽)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30여 년이 넘는 한덕현 교수의 연구와 현장 경험, 20년이 넘는 김아랑 선수의 선수생활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불안을 다스리는 데 실제 효과를 본 방법들을 알려준다.
한덕현 전문의에 따르면 “멘탈이 강하다는 말은 결국 ‘자기 정체성이 단단하다’는 말이다. 인간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자기 자신을 믿고 최선의 삶을 선택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정체성이라는 끈을 붙들고 살아간다면 육체적 정신적 소진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나의 과거를 돌아보면서, 나는 또 하나의 진실과 마주했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게 내 운명인가?' 하면서 나 자신을 원망하던 20대 시절, 그토록 지리멸렬하고 아팠던 그 시절이 실은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도록 이끌어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수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당신이 힘들게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나중에 돌아보면 더 나은 삶으로 진화하기 위한 성장통의 시기일지도 모른다. 불안은 때로 진화를 예고하기도 하니까 말이다."(264쪽)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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