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전, 파업·리콜·부진 3중고…'수장' 한종희도 "변화 필요"

오진영 기자 2024. 9. 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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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삼성전자 가전이 안팎에서 잇단 암초를 만났다.

주요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과 리콜(제품 회수), 글로벌 생산 거점의 파업 등 경영 여건 악화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인건비·원재료값과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부담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늘리고 옵션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했지만, 되레 삼성만의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를 하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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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삼성전자 가전이 안팎에서 잇단 암초를 만났다. 주요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과 리콜(제품 회수), 글로벌 생산 거점의 파업 등 경영 여건 악화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캐나다에서 슬라이드인 전기레인지 19개 모델을 화재 위험 우려로 리콜했다. 지난달까지 캐나다에서 57건의 관련 사고가 발생했으며, 대상 제품은 총 32만대 규모다. 미국에서 30개 모델 112만대가 화재 위험으로 리콜 조치가 내려진 지 2주만으로, 삼성전자는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을 생산하는 첸나이 가전 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직원은 경찰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일정 부분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곳은 연간 수익(약 16조원)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삼성전자의 핵심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

최근의 잇따른 악재는 녹록지 않은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을 대변한다. TV·생활가전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6.5%에서 지난해 2.2%까지 떨어졌으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추락했다. 같은 기간 LG 생활가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최대 생활가전 시장인 미국에서 1위를 유지중이지만, 현지·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지난해 점유율이 전년 대비 낮아졌다.

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이 최근 사내 행사에서 "과감하게 변화하고, 강한 성장을 타깃(목표)으로 하자"고 주문한 것도 내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B2B(기업간거래), 구독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축으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AI 가전 등 차세대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도 담겼다.

제1과제는 프리미엄 이미지 회복이다. 삼성전자는 인건비·원재료값과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부담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늘리고 옵션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했지만, 되레 삼성만의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를 하락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삼성의 OEM 제품 명단이 공유되는 등 한 번 추락한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인 가전 구독 사업의 방향성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다른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거나 B2B로 확장이 가능한 등 구독 사업의 높은 성장성을 감안하면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발 먼저 뛰어든 LG전자는 올해 가전 구독에서만 1조 8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인력과 서비스 설계는 물론 관련 사업부도 꾸리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상반기 TAI(목표달성장려금)가 전 부서 중 꼴찌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원가 절감이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 등 삼성만의 강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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