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감독 선임 논란... KFA가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OSEN=노진주 기자] 대한축구협회(KFA)의 홍명보 A대표팀 감독(55) 선임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다가오는 24일 KFA에 대한 국회 현안 질의가 있을 예정이다. ‘과한 의혹’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20일 감독 선임 과정이 담긴 11차례 KFA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 회의록을 입수한 연합뉴스TV에 따르면 정해성 전 전강위 위원장의 자진 사퇴 등 잡음이 있었지만 홍명보 감독은 1차 회의부터 전강위 위원들에게 지지를 받아 꾸준히 차기 감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한 외국인 감독 에이전트의 작심 발언에 의해 피어오른 '홍명보 감독으로 정해놓고 전강위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타당성을 잃을 수 있단 것이다.
자신을 JP스포츠그룹 대표로 소개한 전 피에트로는 19일 “에르베 르나르 전 프랑스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급여와 생활 조건을 포함한 모든 조건을 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KFA는 이를 무시했다. 이미 짜인 대본처럼 홍명보 감독의 선임이 결정됐다”라며 일방적인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선임 논란을 쏘아 올린 박주호 전 전강위 위원에 따르면 르나르 측은 계속 미팅 일정을 바꾸는 등 한국 A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대한 의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태도 논란' 클린스만에 큰코다쳤던 KFA로부터 르나르 감독이 ‘조건’에 앞서 ‘태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TV가 입수한 회의록엔 첫 회의부터 11번째 회의까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전강위가 어떠한 방식으로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해 왔는지 내용이 담겨 있다.
정해성 체제 전강위는 1차~4차 회의까지 ▲감독 선임 방식 ▲해외파로 갈 것인지 국내파로 갈 것인지 ▲감독 선정 기준 등을 논의했다.
1차 회의 후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정해성 위원장은 “국내파 감독으로 가야 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이때부터 홍명보 감독이 거론됐다.
KFA는 홍명보 감독을 후보군에 포함시켰지만, 다양한 감독을 만났다. ‘1순위’ 제시 마쉬 현 캐나다 감독과 사인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한국 체류 및 세금 문제로 최종 결렬됐다. 이는 7차 회의록에 작성 돼 있다.
국내에선 다잡은 제시 마쉬를 놓쳤단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회의록에 의하면 마쉬 감독이 거주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옮기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내야 하는 세금도 큰 폭으로 늘어나 제시 마쉬 감독이 KFA에 한국 거주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비대면 논란’ 클린스만을 겪었던 KFA는 결국 협상을 더는 이어갈 수 없었다.
‘2순위’ 헤수스 카사스 감독과도 전해성 위원장이 면담했지만 이라크축구협회가 놔주지 않았다.
KFA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연봉 30억 원 ▲후보자 동시 면접 ▲우선 순위 바탕으로 면담 실시 등 기준을 재정립했다.
10차 회의에서 전강위는 후보 17명을 두고 위원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복수추천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연합뉴스TV는 “회의록엔 없지만 다른 자료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이 가장 많은 7표씩을 받았고, 거스 포옛 전 그리스 감독은 6표를 받았다. 당시 KFA는 감독 선임 작업을 정해성 위원장에게 일임 하고, 전강위 공식 회의는 10차 회의로 마무리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사실상 홍명보와 바그너 감독으로 좁혀진 것이다.
그런데 이때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임하는 변수가 생겼다. 새로운 후보로 떠오른 바그너, 포옛 감독과 KFA가 미팅 약속을 잡은 후 그가 사퇴했다. 정해성 위원장의 소식을 듣고 몇몇 위원들도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어수선한 상황 속 11차 전강위 회의(6월 30일)가 비대면으로 열렸다. 5명의 전강위 위원과 3명의 KFA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해성 위원장의 역할을 이임생 기술 이사가 위원들의 동의 속 이어받는다는 게 회의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이임생 기술이사가 전강위 위원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는 밝혀진 바가 없다. KFA가 해명해야 하는 부분이다.
논란 속 이임생 기술이사는 유럽으로 건너가 바그너, 포옛 감독과 면담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후보자 동시 면접’ 기준에 의해 홍명보 감독을 만났다.
감독 선임 작업 권한이 10차 회의에서 정해성 위원장에게 일임되고, 11차 회의에서 이를 건네받은 이임생 기술이사는 홍명보를 A대표팀 감독으로 결정했다.
협회는 “이임생 기술이사가 귀국 후 5명의 위원에게 연락해 후보자 중 누구를 최종 결정할지는 본인에게 위임을 해달라고 했고, 5명 위원 모두에게 동의를 받았다. 외부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절차 안에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라는 박주호 전 전강위 위원의 폭로가 터졌다. 홍명보 감독 선임에 앞서 위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말한 KFA는 명확한 증거를 내세워 다시 한번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이임생 기술이사는 7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1차 회의 때부터 거론된 홍명보 감독이 실제 선임된 배경으로 “KFA 게임모델과 연령별 대표팀 연속성, 그리고 거주 문제와 플레이 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를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회의록에 적힌 내용만 보면, 일각에서 돌고 있는 홍명보 내정설이 과하단 의견이 나올 수 있다.
KFA는 회의록에 정확히 설명되지 않은 ▲이임생 기술이사가 전강위 위원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독 최종 결정 전, 전강위 위원들의 동의를 얻었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등 명확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이는 선임 논란을 불러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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