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가 스티븐 킹의 삶… 그 글감의 원천은?
거액을 받고 전업 작가로서 길 걸어
美 공포 장르 대표 작가이자 제작자
가난한 학생서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굴곡진 인생 여정·작품 연대별로 담아
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 베브 빈센트/ 강경아 옮김/ 황금가지/ 3만3000원
캐리/ 스티븐 킹/ 한기찬 옮김/ 황금가지/ 1만7000원
홀리/ 스티븐 킹/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2만1000원
새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서 한 해 전에 끼적거렸던 글들을 꺼내서 들춰봤다. ‘여성의 관점에서 글을 써보라’는 친구의 도발에 대한 화답으로 썼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염력을 지닌 10대 왕따 소녀에 관한 이야기. 잡지에 기고하기 위해서 좁은 줄 간격으로 빼곡히 써내려간 네 장 분량의 원고였다.
초고는 100쪽이 채 되지 않았다. 단편소설로 발표하기는 너무 길었고, 장편소설로 출간하기에는 너무 적은, 애매한 분량이었다.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던 그는 신문 기사와 논문, 새 장면을 추가해 길이를 늘렸다. 늘린 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뒤 답변을 기다리는 사이, 그는 다른 장편을 쓰기 시작했다.
“해냈어요. ‘캐리’는 더블데이에서 공식 출간됩니다. 선인세는 2500달러입니다. 전화하면 이 멋진 소식에 관해 자세히 알려드리죠. 축하해요. 앞날에 펼쳐질 꽃길을 즐기세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스티븐 킹은 1974년 염력을 가진 소녀 캐리 화이트가 펼치는 피의 복수극을 그린 데뷔작 ‘캐리’를 출간할 수 있었다. 그는 거액을 받고 문고판 판권을 팔면서 비로소 전업 작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고, 1976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40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킹이 대중 작가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네가 듣기에는,” 어머니는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면서 어린 아들 킹에게 말했다. “너무 무서워.” 킹은 어머니의 말이 자신의 방에 들어가라는 이야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가 방에 들어가면 혼자 공포물 ‘디멘션 X’를 들었다.
하지만 어린 킹은 자신의 침대에서 몰래 빠져 나와서 거실과 통하는 문을 살짝 열어둔 채 라디오 방송을 엿들었다. 라디오 방송이 끝나면 다시 침대로 몰래 들어간 뒤, 혼자 공포에 전율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무서운 것을 즐기게 된 킹은 곧 독서광이 됐고, 여섯 살 때부터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만화책을 읽은 뒤, 만화책에 나온 글에 자기만의 설명을 덧붙여 산문을 재탄생시키며 글쓰기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책에는 이밖에 눈길을 끄는 일화가 수두룩하다. 킹이 필명 ‘리처드 바크만’으로 작품을 몰래 집필하는 과정과 정체가 들통 난 사건, 집필할 때 사전 자료 조사를 하지 않는 습관, 밴드를 꾸릴 정도로 록을 좋아해 라디오 방송국을 통째로 산 일화, 야구광으로서 직접 야구에 관한 집필을 하며 벌어진 일,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수많은 영상 속 카메오로 출연하거나 직접 제작에 참여한 이야기, 1999년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을 뻔하고 은퇴를 선언한 일화,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려다 사고 후유증이 재발해 죽음 문턱까지 간 사연 등등.
1974년 데뷔작 ‘캐리’부터 최신작 ‘홀리’까지 60여편에 이르는 킹의 모든 출판물을 소개하고 주요 작품의 출판 비하인드나 글감도 자세히 담겨 있다. 영화로 유명한 원작 소설 ‘샤이닝’은 아내와 함께 떠난 짧은 휴가에서 방문한 호텔이 겨울맞이 휴업을 준비하는 광경에서 영감을 얻었고,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표작 ‘미저리’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한 여성에 대한 꿈을 꾼 직후 기억나는 장면을 휴지에 써 내려 간 내용을 기반으로 집필했다고.
책은 킹의 서신과 자필 원고, 초판 표지, 공개된 적 없었던 그의 시 등 140여장의 이미지도 수록했다. 이와 함께 데뷔작 ‘캐리’의 50주년 리뉴얼판과, 최신작 ‘홀리’도 동시에 출간됐다. 아마도 신이 그를 멈춰 세우지 않는 한, 그는 글을 쓰고 또 쓰고 있을 것이다.
“그건 제가 아니라 신이 결정할 일입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저도 알게 되겠죠. 책상에 앉은 채로 고꾸라지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되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거예요. 스스로가 아직 썩 괜찮다고 느끼는 한, 글쓰기를 멈추는 일은 없을 것 같군요.”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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