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가 저평가 방치하다 사모펀드에 잡아먹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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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나선 또 다른 회사, 영풍정밀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의 주식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가 영풍정밀 유동주식 684만801주(43.43%)를 공개매수하려면 총 1368억원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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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 나선 또 다른 회사, 영풍정밀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의 주식을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발표 전 주가가 9370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2배가 넘는 가격에 매입하는 것이다. ‘프리미엄’을 조금 많이 쳐준 것 같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정밀 지분을 왜 이리 비싼 값에 매수하는 것일까. 이는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83%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영풍정밀 유동주식 684만801주(43.43%)를 공개매수하려면 총 1368억원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고려아연 1.83% 지분 가치가 2000억원이 넘는다. 1300억원만 투자하면 2000억원 넘는 고려아연 주식을 확보할 수 있기에(영풍정밀의 사업은 덤이다) 크게 베팅한 것이다. 이런 특이한 상황은 영풍정밀의 시가총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가치보다 낮은 현상에서 비롯됐다.
영풍정밀 사례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최대주주 지분이 적고,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저평가돼 있을 경우 언제든 사모펀드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MBK파트너스가 한국타이어의 모회사인 한국앤컴퍼니를 공격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가 왜 이리 재계와 척을 지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렇게 밝혔다. “기업 주가가 본질가치를 크게 밑도는데, 돈이 있으면 덤비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MBK파트너스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미 두 건의 사례가 나온 만큼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는 MBK파트너스뿐 아니라 그동안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행동주의 펀드들도 적대적 M&A를 시도할 가능성이 생겼다.
재계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 증시에는 영풍정밀처럼 시가총액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기업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이러한 저평가를 방치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가 하락을 은근히 유도하기도 한다.
3세, 4세로 내려오면서 돈은 없고, 그 와중에 회사를 승계하겠답시고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걷다 보니 주가가 낮게 유지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방치된 주가와, 분노한 소액주주뿐이다.
최근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공시를 내놓으면 주가가 오르는 기업이 많다. 별다른 내용이 없어도 밸류업에 동참한다고 밝히면 주가가 오른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 봤다. 밸류업 공시가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해석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선언만 해도 주가가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국내 증시에는 불신이 팽배하다.
혹시나 해 덧붙이자면 MBK파트너스가 옳고, 재계가 그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인들의 노력 덕분에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우수한 기업이 많다. 하지만 주주환원에 대한 노력은 후지다. 소액주주들이라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 약탈적 자본으로부터 회사를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터무니없는 주가 저평가 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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