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너무해”···외식 프랜차이즈 ‘脫배달앱’ 가속

황동건 기자 2024. 9.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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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자사앱' 강화
치킨 3사 자사앱 할인 프로모션
배달료 저렴·점주 부담 없어 선호
배달앱 물량 자사앱 전면 대체땐
하루 10만~20만원 수익성 개선
판매정보 활용 타깃 마케팅도 가능
자사앱 고객은 별도 배달비 부담
배달앱보다 나은 혜택 여부가 관건
[서울경제]

배달 플랫폼 업계의 수수료 인상에 맞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잇따라 자사 모바일 앱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외식 기업들이 매장과 온라인 주문 판매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데 이어 ‘탈(脫)배달 앱’ 양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사 앱 개발 및 업데이트는 물론 각종 프로모션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그 이상으로 가맹점이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본사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배달 플랫폼 중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치킨 3사 자사앱 할인 프로모션 배달료 저렴·점주 부담 없어 선호

20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bhc를 비롯해 BBQ·교촌 등 치킨 프랜차이즈 3사는 자사 앱을 통한 프로모션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bhc는 이달 말까지 자사 앱에서 메뉴 주문 시 판매가를 3000원 할인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비슷한 할인 행사를 매달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BBQ는 이달 30일까지 자체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에서 2만 원 이상 주문할 경우 1만 2500원 상당의 ‘황금올리브’ 반 마리를 증정하는 파격적인 행사를 열고 있다. 교촌도 등급별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잇따라 내놓으며 자사 앱을 활성화하는 추세다.

‘배달 플랫폼에 과도한 수수료를 내느니 차라리 자사 앱으로 주문을 받게 해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특히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지난달 중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쿠팡이츠(9.8%)·요기요(9.7%)까지 배달 앱 3사의 중개 수수료율이 거의 동일해지면서 판매 대금의 10%가량을 떼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bhc 관계자는 “가맹점주들과 구성한 협의회에서 프로모션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며 “회사 앱의 배달료가 3000원인데 점주가 부담하는 금액이 없어 점주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을 받을 때는 판매가를 높이는 방식을 저울질하는 외식 업체들도 적지 않다. 롯데리아와 맘스터치는 최근 본사 차원에서 이런 이중가격제 도입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본죽과 써브웨이·롯데리아처럼 프랜차이즈 업체가 이례적으로 가맹점주들에게 무료 배달 요금제 ‘배민클럽’ 이탈을 권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플랫폼들이 ‘무료 배달’을 앞세워 기존에 소비자로부터 받던 비용의 상당 부분을 가맹점주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배달앱 물량 자사앱 전면 대체땐 하루 10만~20만원 수익성 개선 판매정보 활용 타깃 마케팅도 가능

프랜차이즈 기업의 자사앱 활성화는 ‘일석삼조’ 효과를 낸다.

본사 차원에서는 점주와 상생할 수 있는 데다 배달 플랫폼이 일차적으로 보유하던 고객 주문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요일·성·연령대별 고객 주문 정보를 활용하면 세부 수요를 겨냥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외식 업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사 앱 회원이 늘어날 경우 브랜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들을 묶어둘 수 있는 효과도 재조명받고 있다.

가맹점주들의 수익성도 대폭 개선된다. 자사 앱을 통해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배달앱에 지불할 중개수수료를 최대 10% 이상 아낄 수 있어서다. ‘배민1플러스’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한 중개수수료율은 약 10.8%에 육박한다. 배달 전문 가맹점이 많은 치킨의 경우 2만 원짜리 닭 한 마리를 팔면 2000원 가량을 절감하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한 가맹점에서 하루 50~100마리 정도의 치킨 메뉴를 판매한다고 본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던 주문이 모두 자사 앱으로 대체될 경우 단순 계산해도 하루 10만~20만 원 정도를 더 벌 수 있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자사 앱이 활성화되면 점주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피크 시간대 아르바이트를 활용할 수 있는 등 선택지가 늘어나게 된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이 같은 노력은 차츰 효과를 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교촌의 지난달 자체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5만 2000명으로 6개월 전(41만 2000명)보다 무려 14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bhc도 자체 앱 MAU가 15만 5000명에서 17만 3000명으로 2만 명 가까이 늘었다. 다만 BBQ의 경우 23만 명에서 18만 6000명으로 감소했다.

자사앱 고객은 별도 배달비 부담 배달앱보다 나은 혜택 여부가 관건
서울 시내 한 교촌치킨 매장 앞을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사앱을 강화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모바일 앱이 3000~4000원 수준의 배달비를 주문 고객으로부터 받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이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을 시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어지간한 수준의 할인은 소비자 입장에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메뉴 가격을 공격적으로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유지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비용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비용은 통상 본사와 가맹점주들이 비율을 협의해 분담한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배달 플랫폼보다 더 나은 혜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객 행동을 변화시키고 배달 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면 실효적이고 강한 프로모션이 필요하다”면서 “대형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성공 사례들이 나올 경우 외식업 전반으로 번져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의점 못찾으며 갈등 상황 지속 24일 ‘상생협의체서’ 재논의 전망

한편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와 배달 앱의 갈등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19일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을 포함한 배민 경영진과 만나 수수료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협회는 수수료율 인하와 정률제 요금제 체계 변경을 비롯한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배민은 “24일 열릴 정부 주관 상생협의체에서 이를 반영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한번에 결론을 낼 만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수수료율을) 내려 달라는 게 우리의 일관된 요구”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우아한청년들 자회사 '딜리버리N'에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줄줄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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