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시한부 선고 후 삶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진구 기자 2024. 9. 21.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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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만약 한 달 후에 죽는다면, 그 한 달 동안 무엇을 할까' 하는.

하지만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믿고, 그 선택한 것을 이뤄내며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온 시간은 암 진단 후 완벽하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어찌 됐든 남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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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케이트 보울러 지음·서지희 옮김/256쪽·1만7000원·북라이프
종종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만약 한 달 후에 죽는다면, 그 한 달 동안 무엇을 할까’ 하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는 것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해 볼까?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100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곳? 내일모레 죽는데 책을 본다고? 그게 정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일까.

35세에 생존율이 14%에 불과한 결장암 4기 진단을 받은 한 여성 역사학자가 남은 시간을 살아내 가며 겪은 슬픔, 걱정, 용기, 치유의 과정을 정직하게 담았다.

저자의 삶도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하지만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믿고, 그 선택한 것을 이뤄내며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온 시간은 암 진단 후 완벽하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어찌 됐든 남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 자, 어떻게 살 것인가?

‘…끔찍한 병이 준 끔찍한 선물은 그로 인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직 오늘만이 중요하다. … 나의 유한한 삶 속에서 평범한 것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과 사랑해야 할 것들이 더 선명하고 밝게 보인다. 과거에 부담을 갖거나 미래를 걱정하느라 나는 1분이라는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선물에 감사하지 못했다.’(5장 나의 영원한 현재 중)

1년 후에 자신이 죽는다는 걸 안다면, 남은 시간을 지금까지 보낸 것처럼 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구나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후회 없이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죽는 날을 모르는 지금부터 그렇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읽을수록 ‘내가 가진 오늘을 살아갑니다’란 제목이 더 와닿는 책이다. 원제 ‘No Cure for Being Human(and Other Truths I Need to Hear)’.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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