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특검법·공천개입설’ 공세에…여당 내 ‘김건희 여사 사과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며 김 여사를 겨냥한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 대(對)국민 사과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권의 의혹 제기 대부분이 정쟁을 위한 침소봉대라고 보지만 국민감정을 가라앉히는 차원에서 최소한 명품백 사건은 사과하고,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김 여사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필요는 없지만, 비공식적으론 뜻을 전해야 하지 않겠나”(중진 의원)라거나 “대통령도 민심을 읽고 사과를 포함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을 것”(부산·경남 의원)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전 실시된 한국갤럽 전화면접조사(10~12일)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취임 이후 가장 낮은 20%를 기록한 데다, 연휴 직후엔 김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언론이 제기한 공천 관련 의혹은 크게 세 갈래다. 2022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받는데 윤 대통령 부부가 힘을 썼다는 의혹과 그렇게 당선된 김 전 의원이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 경남 김해갑 출마를 선언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두 가지 의혹 모두 증거는 김 전 의원의 측근이라는 명태균씨가 주변에 했다는 전언(傳言)뿐이다. 명씨는 물론 김 전 의원도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이 이를 이용, 올 총선에서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으려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김 전 의원과 경남 하동군 칠불사에서 회동 사실을 공개하면서 “(제보 내용이) 빈약하다, 완결성이 없다”며 비례대표 공천 요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도 김 전 의원으로부터 폭로 압박을 받았지만 뿌리쳤다고 밝혔다. 당시 비대위원장인 한동훈 대표가 김 전 의원 요구를 일축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까진 ‘카더라 통신’ 수준으로 보인다”면서도 “대통령 취임 이후의 일이라 파괴력을 가늠할 수 없는 만큼 정무적으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에 대한 여권 내 사과 요구는 대통령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12일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2심 재판에서 김 여사와 혐의가 유사하다고 알려진 ‘전주(錢主)’ 손모씨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뒤집는 등 국민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지만, 김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잇단 공개 행보를 펼쳐 여론이 악화했다. 그러자 여권 중진급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나서 “민심이 어떤지 대통령 내외분이 정확히 알아줬으면 좋겠다”(12일 유승민 전 의원)라거나 “답답하시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16일 홍준표 대구시장)고 강하게 만류했다.
19일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일 때 여당 지도부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대신 본회의 보이콧을 선택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였다. 김재섭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 도덕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내용을 부인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필리버스터 효과가 반감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한 갈등’이 부각되는 걸 우려해 말을 아껴온 지도부도 공개 발언을 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전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일단 제2부속실을 말만 하지 말고 빨리 설치해야 하고, 특별감찰관도 임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창원지검이 김영선 전 의원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명태균씨를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앞서 경남선관위가 2022년 6월 보선 두달 후 김 전 의원이 회계책임자를 통해 6300만원을 명씨에게 건넨 정황을 파악,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했다고 한다.
김민정·윤지원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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