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 사지 말라” 역풍, 금투세 유예로 막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금 상태라면 한국 주식을 안 사는 게 좋겠다”는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 발언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지적한 말이지만, 개미 투자자들이 “증시 불안감을 키우는 이재명세(금융투자소득세)나 폐지하고 그런 말을 하라”며 반발한 것이다. 국민의힘도 “무책임한 언행”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개미 투자자들의 성토가 커지자 민주당에서도 금투세 ‘내년 시행’보다는 유예를 주장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당 의원총회에서 추석 민심을 전하면서 “지금 상태라면 주식을 안 사는 게 좋다”고 했다. 이 대표는 “(추석 때 사람들을 만나니) 주식 걱정을 하는 분도 꽤 있더라”며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못 오를 뿐만 아니라 떨어질 때는 더 빨리 떨어지고 오를 때 덜 오르다 보니 다른 나라는 지수가 몇 배씩 오를 때 대한민국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발언 취지는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못 오를 뿐 아니라 떨어질 땐 더 빨리 떨어진다” “누군가가 물적 분할하고 자회사 만들어서 알맹이만 쏙 빼먹어 버리니까 껍데기만 남는 일이 생긴다”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언급한 것이었다. 이 대표는 “최근에 세금 문제까지 더해서 (국민의) 원망하는 마음이 분출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금투세 시행을 악재로 여기는 개미 투자자들은 이 대표 발언에 반발하고 나왔다. 이 대표 블로그에 가장 최근에 올라온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축사 댓글에 “재명세(금투세) 폐지하라”는 내용의 댓글이 1000개 이상이 달렸다. 이 대표 본심이 무엇이냐는 글도 있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출마 회견 때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하는 게 정말 맞나”라며 유예를 시사했다가, 이후 “연간 1억원을 버는 데 대해선 세금을 면제하자”는 식의 ‘보완 시행론’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개미 투자자들이 이 대표 발언에 들끓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0일 당 회의에서 “국회 다수당 대표가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할 얘기를 쉽게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언행”이라며 “주식시장이 취약하고 변동성이 큰 지금은 금투세 폐지가 정답”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유예론을 주장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당 지도부 인사 중에선 이언주 최고위원이 유예를 공개적으로 주장했고 김민석 최고위원도 “금투세 시행을 3년 유예하고 코스피 4000 등 적정 목표 달성 여부를 유예 만료 시점에 판단하고 실시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도 지금은 유예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24일 예정된 금투세 관련 정책 토론 참여자를 확정했다. 금투세 시행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영환 의원을 팀장으로 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 등 5명, 유예팀은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을 팀장으로 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 김병욱 전 의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에 “일반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투세 폐지팀’은 빠져 있다”며 “국민의힘이 폐지팀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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