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중독은 빅테크의 큰그림”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9. 2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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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방조자’ 거대 플랫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19일 글로벌 거대 플랫폼들의 무차별적인 개인 정보 수집 실태를 담은 ‘스크린 뒤를 엿보다(A Look Behind the Screen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129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은 개인 정보들을 수집하고, 이를 광고 등에 활용하는 유튜브·메타 등 거대 플랫폼의 행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추적하고, 필요에 따라 브로커(중개인)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구매했다. 미성년자의 데이터 수집 제한 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로 맞춤형 광고와 알고리즘(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축했다. FTC는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더 의존하고 중독되도록 만든 후, 그것으로 돈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는 더 이상 여우에게 닭장을 지키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19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개인 정보 수집·활용 실태를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거대 플랫폼을 ‘여우’, 사용자 집단을 ‘닭장’에 비유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FTC는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유튜브, 틱톡, 아마존 등 주요 소셜미디어와 아마존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SMVSS) 9곳이 제출한 2019~2020년 2년간의 개인 정보 수집·활용 자료 등을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지금까지 빅테크가 나름대로 이용자 개인 정보 보호 조치를 취한다고 알려졌지만, 이 같은 믿음이 철저하게 무너졌다는 것이다. FTC는 “이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만큼, 암암리에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관행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이철원

◇무차별적 데이터 수집 실태

FTC는 보고서를 통해 이 9개 기업이 쇼핑 취향 같은 ‘사용자 지표(User Metrics)’를 평균 28개 수집했다고 밝혔다. 가장 다양하게 수집한 업체는 135개에 달하는 지표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 지표들은 이용자가 플랫폼에서 ‘팔로’한 계정이나 댓글을 단 게시물, 플랫폼 체류 시간 같은 정보부터, 매일 보내거나 받은 메시지의 수 등 개인적인 데이터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메시지의 내용을 추적하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업체들이 이용자의 개인적인 메시지 이용을 추적·관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이용자가 회원 가입을 할 때 제공한 연령, 성별, 이메일 주소 등 외에도 이용자가 사용하는 전자 기기를 통해 아이폰을 쓰는지 갤럭시폰을 쓰는지를 구별하고, 인터넷 주소(IP)에 따른 위치 정보로 국가·지역 정보를 얻는다. 각 웹사이트에 탑재된 추적 기술로 쇼핑 데이터를 세세하게 수집하기도 한다. 기혼 이용자가 ‘신혼’인지, ‘이혼 조정’ 상태인지도 파악한다. 자체 사이트가 수집할 수 없는 데이터는 데이터 브로커(중개인)를 통해 구매했다. 자신의 플랫폼이 아닌 제3자 웹사이트에서 클릭했던 제품 데이터로 관심사를 추론하고, 계열사의 정보를 이용자가 모르는 사이에 공유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용하는 기기가 최신 제품인지, 보통 구매하는 상품들의 가격대가 얼마인지 분석해 이용자의 가계 소득·계층·인종까지 추론해 낸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진 이용자가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광고를 노출하며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무차별 수집한 개인 정보로 플랫폼은 시장에서 독점력을 높이고, 이런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더 많은 개인 정보를 끌어들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FTC의 진단이다. FTC는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이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데이터를 추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훈련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주제의 동영상·게시글을 시청한 기록, 댓글을 단 기록과 시청 시간, 각 게시물 클릭률과 같은 데이터로 선호 주제를 파악하고,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공했다. 시청자를 최대한 오랫동안 플랫폼에 붙잡아 두고, 더 많은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픽=이철원

◇지워지지 않는 내 정보

FTC는 개인 정보 수집에 적극적인 것과 반대로 개인 정보 삭제 요청에는 둔감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고객이 계정을 삭제했을 경우 자신의 데이터가 전부 삭제됐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기업들 중 일부는 데이터를 ‘익명’ 처리해 무기한 보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기업마다 비슷한 것과 다르게 데이터 삭제 정책은 회사마다 다르고, 일부 기업은 데이터 보존 및 삭제 정책을 규정하는 서면 서류가 아예 없기도 했다.

FTC는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공유하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상황을 ‘상업적 감시 생태계(commercial surveillance ecosystem)’라고 했다. 이를 고착화시키고, 이에 따라 시장 경쟁이 저해되는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해당 보고서는 플랫폼 기업들의 관행이 어떻게 사람들의 사생활을 위험에 빠뜨리고, 자유를 위협하며, 수많은 해악에 노출시키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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