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9000원…여보, 김치 아껴먹을까봐
“요즘 배추 물량 확보하는 게 전쟁이에요.” 20일 서울 가락시장의 한 청과업체에서 일하는 김모씨가 한 말이다. 김씨는 “사전에 일정 물량을 받기로 약속했어도 다른 업체에서 웃돈을 얹어 빼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경매사들이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배추 농가에 전화해서 작업은 마쳤는지, 트럭에 해당 물량을 실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고 말했다.
장기간 이어진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섭씨 18~20도인 저온성 채소다. 주요 생산지인 강원도가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면서 생육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재배 면적이 축소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여름배추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5.3%, 평년보다 4.9% 축소되면서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6.6%, 평년보다 8.5% 각각 줄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을배추다. 김장철 배추 가격과 직결되는 가을배추는 8월 말~9월 초 모종을 심어 9월 중순 아주심기(정식)를 마친다. 일부 농가에선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진 데다 최근 폭우가 겹치면서 작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경연은 올해 가을배추 재배(의향) 면적이 1년 전과 비교해 2.1% 줄고, 생산량은 4.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가을배추는 11월 수확할 때까지 많이 남은 만큼 지나친 우려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우식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장은 “가을배추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생육이 괜찮다”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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