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약탈로 탄생한 서구 박물관은 현재 위기

허윤희 기자 2024. 9. 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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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그림자

애덤 쿠퍼 지음|김상조 옮김|진성북스|556쪽|2만3000원

대영박물관은 한 사람의 수집품에서 시작됐다. 의사인 한스 슬론 경이 주인공. 1687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자메이카를 방문한 슬론은 그곳의 희귀한 동식물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점차 전 세계 광물, 화석, 미라에 이어 화폐, 서적까지 방대하게 확장됐다. 슬론이 세상을 떠날 때 8만점의 수집품을 국가에 헌납하면서 영국 최고의 국립박물관이 탄생한다.

적어도 15세기 이후부터 유럽에서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 골동품, 중국 도자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면 수집가들은 방대한 컬렉션을 대중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하기에 이른다. 이 전시장을 뮤지엄(museum), 즉 ‘뮤즈들의 성지’라 부른다. 박물관의 탄생부터 발전 과정, 현재의 위기를 짚는 이 책은 세계 유수의 박물관들이 어떻게 타인의 유물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는지 가감 없이 드러낸다.

세계적 명성을 쌓아온 서양의 박물관들은 지금 위기에 봉착해 있다. 상당수 소장품이 유럽 제국주의가 한창일 때 약탈해왔거나 은밀한 거래를 통해 획득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명의 약탈로 탄생한 박물관이 과거 문명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다”며 “박물관의 역사는 딜레마의 역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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