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재무건전성 악화 지적했는데… 고려아연, 국내 열 손가락 초우량 신용등급 평가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2024. 9. 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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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AA+’
국내 AA+ 이상 민간기업 10여 곳
고려아연 “현금창출력·안정적 재무구조 입증”
MBK “최윤범 회장 대표이사 부임 후 재무 악화” 주장
고려아연 주가 최윤범 대표이사 부임 후 94%↑
영풍정밀, 장형진 고문 등 배임 혐의로 고소
고려아연 본사
세계 1위 종합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우수한 사업 지속능력과 재무안정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시도 중인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주장한 가운데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이 이와 반대되는 평가를 낸 것이다.

고려아연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NICE)신용평가로부터 장기 신용등급 ‘AA+’를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AA+는 상당히 우량한 신용등급으로 금융회사와 공사 등을 제외하면 장기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기업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고려아연과 함께 삼성물산, SK㈜, 에쓰오일(S-OIL), LG에너지솔루션, 현대모비스, SK텔레콤 등이 AA+ 등급에 해당한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기업어음 역시 최상위 등급인 ‘A1’을 받았다.

해당 평가는 재무안정성과 현금창출력, 사업 지속성 등 각종 지표에서 고려아연이 초우량기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MBK파트너스 측 주장과 대치되는 평가로 더욱 관심을 모은다.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는데 국내 신용평가사 2곳은 재무안정성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고려아연 현금 보유량은 총 2조1277억 원(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기관예치금, 단기투자자산 등 포함)으로 집계됐다. 고려아연 측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6%, 특히 차입금의존도는 10%에 불과할정도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보유 현금으로 전체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8000억 원 가까운 현금이 남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에만 아연과 연, 은 등을 생산·판매하는 영업활동으로 총 8311억 원의 현금을 벌어들였다. 강력한 현금창출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제련업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해 이른바 ‘트로이카드라이브’ 신사업 전략을 추진한 만큼 관련 투자 역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등 대부분 조 단위 투자가 불가피한 분야로 신사업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부채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평가다.

고려아연 주가 역시 MBK파트너스 주장과 반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 3월 22일 당시 고려아연 주가는 28만7000원.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알려진 이달 12일 주가는 55만6000원으로 이 기간 주가는 93.7%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참고로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해당 기간 주가(종가 기준)가 4만6550원(2019년 3월 22일)에서 올해 9월 12일 6만6300원으로 42.4%의 성장률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및 물류난 이슈 등 불확실한 경영여건이 이어진 상황 속에서도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고려아연은 기업 가치가 크게 성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동종사업을 영위하는 영풍은 2019년 3월 22일 82만8000원에서 이달 12일 29만7000원으로 주가가 64.1%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이 설정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인 66만 원도 눈여겨 볼만하다. 공개매수 추진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이달 11일 고려아연 주가는 54만8000원이다. 연합은 이보다 20% 이상 높은 66만 원을 주식 공개매수 가격으로 설정했다. 역설적으로 현행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앞으로도 뛰어난 현금창출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 지속적으로 초우량기업 지위를 유지하겠다”며 “특히 신사업 트로이카드라이브를 차질 없이 추진해 비철금속 1위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No.1) 친환경 에너지·소재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 주요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전날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영풍정밀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추진을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풍정밀의 경우 ㈜영풍 지분 4.39%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이기도 하다.

영풍정밀 측은 “‘밀실 공모’로 이뤄진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계약으로 인해 ㈜영풍이 손해를 보게 되고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은 이득을 취하게 되는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영풍 주주로서 장형진 영풍 고문과 사외이사 3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전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공세에 맞서 고려아연이 ㈜영풍 주요 주주인 영풍정밀을 앞세워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호출자가 금지돼 ㈜영풍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번 법적 조치에 영풍정밀을 앞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측은 앞으로도 이번 공개매수에 가담한 인원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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