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미 대선 누가 돼도 불편한 중국, 한국은?

2024. 9. 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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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엊그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만에 첫 50bp(빅컷) 금리를 인하하기로 한 결정은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고금리 체제의 본격적 방향 전환(피벗)을 의미한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통화 확장, 글로벌 공급망 병목으로 빚어진 초고금리 정책에서 경제 연착륙을 위한 금융완화의 방향으로 돌아섰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피벗으로 환율 불안 등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명 가속화, 지정학적 도전 등 글로벌 대변혁 시대의 파장은 올해 미 대선을 기점으로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약진해 유리한 판세를 만들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2차 암살 시도 여파로 4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도를 가늠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에 직격탄
주식시장 주요국 중 한·중만 추락
한국 ‘정치지배구조’ 개혁 절실
정부, 국정 운영시스템 리셋해야

오는 11월 미 대선은 단순히 미국의 지도자를 결정하는 수준을 넘어 전 세계 경제와 정치 지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역사적인 사건으로, 동북아를 포함한 국제질서는 변곡점에 섰다. 이러한 가운데 초박빙 판세 속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대중국 강경노선은 확실해 보인다는 점은 특이할 만하다.

트럼프는 대놓고 관세 폭탄을 경고하고 있고 중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는 인도계 해리스도 중국 견제 강화를 분명히 했다. 미 국민 70% 이상이 중국에 대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공화·민주 양당은 ‘중국 때리기’에 한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자칫 관세 폭탄이나 제재 확대가 무역전쟁으로 번지면 미국과 중국이 최대 수출국인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인상이나 추가 제재가 더 버거운 이유는 경제체질과 체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지금 면역력과 회복력이라는 맷집이 떨어진 상태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와 자신감을 상실한 ‘신뢰의 위기(Crisis of confidence)’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요즘 중국 관련 뉴스는 수출 빼고는 다 나쁘다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다. 중국의 올해 성장 예상치는 인도의 절반 수준인 4%대로 떨어졌고 과거 중국 성장의 드라이버였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지난 2분기 마이너스 150억 달러에 달해 1990년 이후 첫 FDI 연간 순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관세 폭탄이 터지면 중국 성장률은 2%대로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경고등도 켜졌다.

국가 경제의 거울이자 대표적 경기 선행지표는 주식시장 동향이다. 단기적 주가 변동의 과도한 해석은 피할 일이지만, 흔히 주가는 거시경제 현황과 전망을 비춰주고 기업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유의미한 선행지표다. 올해 세계 자본시장 성적표 기준으로 최하위권의 나라를 꼽자면 중국, 그리고 한국이다. 지난주 주말 기준, 올해 글로벌 증시 연중 주가 변동을 보면 S&P500 19%, 나스닥 20%, 일본 닛케이 10%, 인도 니프티50 17%, 상하이 종합 -9%, 코스피 -4%, 코스닥 -14% 등이다.

주요국 중 미국·일본·인도 등 증시가 약진하는 동안 왜 중국과 한국 성적은 최하위로 떨어졌을까. 주가 결정 요인은 다양하나 단적으로 다른 주요국 대비 중국과 한국의 유사점, 그중에서도 특히 투자자 관점에 우려되는 공통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한·중 양국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3D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부채(Debt), 부실(Default), 인구(Demography)다. 즉 과도한 부채, 부동산 부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악화라는 공통점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도 국가부채가 과도하고 고령화가 심각한데 무슨 차이일까. 좋든 싫든 해외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일본은 미국처럼 누가 총리가 되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우방국가이지만, 한국은 종북·친중·반일 성향 의원들이 거대 야당에 자리하고 있는 국가정치 리스크가 큰 나라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배구조(governance) 문제는 흔히 기업지배구조 개선만을 논하지만 사실상 ‘정치지배구조’ 개혁이 먼저다. 중국 주가가 바닥 수준인 진짜 이유도 일인 공산 독재 체제 하에서 기업 역동성과 창의성이 훼손됐고 정치 시스템 개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달 초 국제포럼 참석차 내한했던 국제 저널리스트 윌리엄 페섹은 미 대선 전망 관련 강연에서 누가 되든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라는 뼈아픈 지적을 했다. 구조적 장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 개혁과제 실천이 지지부진하다는 질타다. 당면한 연금개혁의 본질은 결국 상식과 책임 회복이다. 낸 돈보다 더 받는다는 연금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무책임하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잘 굴려 수익을 크게 높일 혁신 없이 더 주겠다는 얘기는 책임을 미래 세대에 떠넘긴다는 말이다.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포퓰리즘 정책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과거의 성공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암초에 걸린 대한민국호가 태풍을 막으려면 집권 후반기의 현 정부는 국민적 신뢰 회복과 개혁 추진력 강화를 위해 국정운영 시스템의 과감한 리셋을 해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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