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 책임 최고사령관의 “핵 없이도 북핵 억제” 장담
체코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자체 핵무장 없이도 북핵 위협을 실질적으로 억제·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려하는가’라는 질문에 “북핵 위협에 자체 국방력 강화와 더불어 한미 확장 억제의 실행력 강화를 최선의 방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및 한·미·일 안보 협력을 통해 북핵에 대한 억제 체제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워싱턴 선언’에 이어 지난 7월에는 ‘핵 억제 공동 작전 지침’에 서명했다.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히 배정해 추상적 수준이었던 미국의 핵우산 약속을 문서로 확인한 것이다. 한·미·일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성명’으로 안보 협력을 제도화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한 진전이었다.
그러나 한미의 핵우산 강화와 한·미·일 안보 협력은 미국 리더십 교체라는 변수를 맞고 있다. 동맹을 우습게 여기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바이든 정부의 약속들은 다른 각종 약속처럼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의 근본 이익이 서로 다르다는 큰 문제가 있다.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핵 비확산이다. 반면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미국은 두 문제가 일치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두 문제가 일치될 수 있다면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핵무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재료인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해 미국 대선 뒤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보유 국가 간의 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반드시 우리 안보가 훼손될 것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의 군사동맹 관계를 복원하는 조약까지 체결했다.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핵 위협과 핵 공갈에 노출된 우리는 주권국가로서 핵무장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국내의 갈등과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이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책 연구소에서도 미 전술 핵 재배치와 함께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같은 일본식 ‘잠재적 핵 능력’ 보유를 검토하자는 보고서를 낸 것이다.
대통령은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와 같다. 다른 문제가 아닌 국민 생명과 직결된 북핵 대응에서는 무엇을 장담하기보다는 더욱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북핵 사태는 그렇게 우리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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