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혼 불태운 그때…이중섭의 화양연화

홍지유 2024. 9. 2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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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았더라
김탁환 지음
남해의봄날

30여 년간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 등 여러 역사소설을 쓴 작가 김탁환의 신간 장편이다. 주인공은 이중섭.

『참 좋았더라』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이 화가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다. 그중에도 비극적 생애에 묻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1950년대 예술 활동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췄다. 50년대는 이중섭이 가장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시기.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이중섭은 50년 겨울 해군 수송함을 타고 부산으로 피난 갔고 한 달 만에 제주로 옮겨갔다. 서귀포에 정착했지만, 가난을 이기지 못해 다시 부산으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과도 뿔뿔이 흩어졌다.

이중섭의 창작욕은 불타올랐다. 걸작을 만들어 가족들과 재회하겠다는 일념으로 작품에 매진했다. ‘흰 소’ ‘황소’, ‘달과 까마귀’ ‘부부’ 등 그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이 시기에 나왔다.

동료 예술인과의 교류도 예술혼에 불을 지폈다. 통영에 머물던 이중섭은 공예가 유강렬의 소개로 나전칠기기술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가난한 이중섭에게 작업실을 내주고, 물감과 종이를 사주며 환대해준 것도 통영의 예술가들이었다. 유강렬뿐 아니라 화가 유택렬·김용주·최영림·박생광, 시인 김춘수·구상, 나전 장인 김봉룡 등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수차례 전시를 열었다. 가족들과 떨어져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 작품을 쏟아냈던 시기는 역설적으로 예술가로서의 화양연화였다.

저자는 고난 속에 창작혼을 불태웠던 이중섭의 30대를 담담한 필체로 그려냈다. 궁핍했던 가장으로서의 이중섭보다 화가로서의 이중섭이 꽃 피운 때와 장소, 이유를 좇는 데 집중했다. 이중섭의 자취를 찾아 제주·마산·진해·부산·서울을 돌았고 취재와 고증을 거쳐 50년대 이중섭의 삶을 소설로 재현했다. 고통을 예술로 빚어낸 그의 생애가 독자에게 예술, 그리고 예술가의 존재 의미를 묻는다. 저자는 소설을 쓰는 동안 이렇게 자문했다고 한다. ‘한 인간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경지이자 한계에 이르는가?’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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