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안부

2024. 9.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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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정현종

도토리나무에서 도토리가
툭 떨어져 굴러간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도토리나무 안부가 궁금해서.
『갈증이며 샘물인』 (문학과지성사 1999)

필요와 당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종종 미루게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소박한 예를 들면 현관 바닥을 청소하는 일도 그렇습니다. 종일 밖을 돌아다녔던 신발을 벗어둔 곳이니 흙이나 먼지 혹은 얼룩이 있을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매일같이 현관 바닥을 청소하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해야지, 더 미루지 말고 해야지 하고 마음먹을 뿐. 저는 이런 순간을 게으름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생각과 마음을 부지런히 쌓고 있을 뿐입니다. 이 쌓음의 힘으로 우리는 어느 순간 마음먹었던 것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명절은 잘 보냈지?”하고 그리운 이에게 안부를 물어도 좋을 시기입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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