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72] 나를 돌본다는 것
내가 산책하는 공원에는 저녁이면 청년 한 무리가 모인다. 인사 외에 거의 말이 없는 이 모임은 러너스 클럽인데, 공원 트랙을 한 바퀴 뛰면 별 대화 없이 각자 흩어진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운 시대의 MZ식 해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리나 허츠의 책 ‘고립의 시대’에는 감옥을 숙식과 돌봄이 있는 공동체로 인식해 일부러 경범죄를 저지르는 일본 노인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이, 일본에는 고립을 담당하는 장관이 있다. 이미 외로움이 국가 문제로 인식된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공동체의 붕괴에서 원인을 찾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현대적 외로움은 역설적으로 24시간 연결된 세상과 연관돼 있다.
외로움은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자기 돌봄과도 직결된다. 삶에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타인이 아닌 자신과 이룬 관계다. 하지만 나를 가장 소외시키는 게 자신인 경우가 많다. 최근 자기 돌봄을 자기 계발과 동일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보디 프로필을 찍고 특별한 곳을 여행하는 등 경험을 인증하는 게 자기 돌봄이라 믿는 것이다. ‘갓생’을 살면 정말 자존감이 올라갈까. 문제는 과도한 인증 문화가 경쟁을 부추겨 자신을 더 소외시킨다는 데 있다.
자기 돌봄은 보디 프로필 사진에 붙은 ‘좋아요’ 수보다, 불가능했던 푸시업 한 번을 해냈을 때의 뿌듯함에 가깝다. 남에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나를 돌보는 건 그러므로 일정 부분 타인과 단절함을 전제한다. 홀로 일기를 쓰고 명상하듯 타인과 비교하는 지옥에서 벗어나 내 안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응답하는 것이다.
3세대 항암제가 표적이 아닌 면역 치료제이듯, 외로움은 타인이 아니라 나와 건강하게 연결이 복원될 때 치유된다. 사실 외로움은 존재의 필연적 조건이다. 그럼에도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부족한 나를 비난만 하지 않고 다독여 기다려주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 때, 외로움은 끝내 견고한 고독으로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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