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54] 독일의 비어가든
벨기에, 체코, 영국 등 맥주로 유명한 나라가 여럿 있다. 하지만 국민 1인당 소비량이나 양조장 수로는 독일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300곳이 넘는 양조장 중에서 절반 이상은 뮌헨이 있는 남부 바이에른주에 있다. 사람들이 “맥주는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하는 것처럼 이 지역의 맥주 사랑과 문화는 특별하다. 비어할레(Bierhalle)라고 하는 대형 호프집도 많지만 맥주를 위한 최고 장소는 따로 있다. 독일인들이 천국과 지상 사이의 공간이라고 표현하는 곳, 바로 야외에 설치한 비어가든(Biergarten·비어가르텐)이다.
비어가든은 19세기 초반 시작되었다. 냉장 시설이 시원치 않던 시절 야외의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곳이다. 보통 긴 테이블이 놓여 있고, 의자 등받이 유무에 따라 웨이터 서비스와 셀프 서비스가 구분된다. 테이블에 흩어져 있는 동그란 종이 컵받침들은 잔에 올려놓는 용도다. 맥주를 더 이상 주문하지 않겠다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벌이 맥주잔으로 들어가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바이에른 지방의 벌은 맥주 훔쳐 마시기를 아주 좋아한다.
도심이지만 끝없는 숲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의 비어가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밤나무다. 오랜 세월 자란 밤나무의 넓은 잎은 직사광선을 막아주며 맥주색 빛을 사이사이로 투영한다. 얼마 전 개봉한 일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에서 주인공이 종종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나뭇잎 사이로 잔잔하게 흔들리는, 일본인들이 ‘고모레비’라고 표현하는 바로 그 빛이다. 뉴욕이나 다른 도시의 비어가든이 가짜인 것도 바로 밤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현지시각 21일)은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가 시작되는 날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축제지만 실제로 독일 사람들은 시큰둥하다. 관광객들로 붐비고, 비싼 맥주 텐트보다는 자기들 단골 비어가든을 훨씬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꾸는 유일한 정원은 비어가든이다.” - 독일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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