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장학금으로 남기고 떠난 20대 청년의 '명예졸업'
[앵커]
교사를 꿈꾸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20대 청년이 명예 졸업장을 받았습니다.
투병 중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 청년은 아르바이트로 모은 수백만 원을 장학금으로 남기고 떠나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정지훈 기자입니다.
[기자] 비 내리는 캠퍼스 한 벤치에 꽃이 놓였습니다.
벤치엔 교사의 꿈을 채 이루지 못한 20대 청년을 기리는 문구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주인공은 지난 6월 학업을 마치지 못한 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차수현씨.
차 씨는 자신이 좋아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교사가 되기 위해 지난 2021년 사범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차민수/고 차수현 학생 아버지> "수현아 봐봐. 명예졸업장이야."
수현씨는 떠나기 전, 아르바이트로 모은 600만원을 장학금으로 학교에 전달했습니다.
대학 측은 수현 씨가 평소 다니던 사범대학 건물 주변에 추모글을 새긴 벤치를 만든 데 이어 명예졸업장을 수여했습니다.
아버지 차 씨는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힘든 상황에서도 딸의 명예졸업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수현씨를 대신해 졸업장을 받은 아버지는 열심히 학업에 매진한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목이 멥니다.
<차민수/고 차수현 학생 아버지> "수현이가 짧은 시간 살아왔지만 헛되지 않게 잘 살았다고 하는 그런 보람도 느끼는 순간입니다."
몸에 수백에서 수천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을 앓고 있던 수현씨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이 컸지만, 수술 대신 자연치유를 택했고, 투병 중에도 꿈을 향한 열정으로 학업에 전념했습니다.
<문동오/대구대 생물교육학과 교수> "처음 저 찾아왔었을 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선생님 되고 싶다고 그렇게 찾아와서 1년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했었는데 그 꿈을 차마 다 이루지 못하고 먼저 가게 돼서 너무 안타깝고…"
아버지 차 씨는 딸이 더 이상 곁에 없지만, 딸과 함께 같은 꿈을 꾸는 학생들을 위해 매년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김지환/대구대 생물교육학과> "수현이 뜻 열심히 생각하면서 학업에 정진해서 수현이가 못다한 꿈을 빨리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생을 달리한 수현씨가 마지막까지 보인 열정과 헌신이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차민수/고 차수현 학생 아버지> "떳떳하게 대구대 졸업했다고 하늘에서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떳떳하게 자랑하고 해도 된다고 딸한테 얘기해 주고 싶어요."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daegura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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