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 위고비 국내 상륙 초읽기… 비만치료 시장 판 흔들까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다음달 중순 한국 상륙을 확정지으면서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위고비는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지만, 전 세계적인 수요 급증으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출시가 지연됐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그동안 생산 시설 확충에 약 13원 이상을 투자해 왔으며, 최근 한국 공급용 물량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식욕을 줄이며 포만감을 높이는 위고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모델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의 체중감량 비결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수요가 높은 비만치료제인 만큼 위고비가 출시되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약 1780억원 규모로 노보 노디스크의 기존 비만치료제인 삭센다의 매출이 약 67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일 1회 자가주사해야 하는 삭센다와는 달리 위고비는 주 1회 주사로 투여 빈도를 낮춰 환자 편의성을 높인 만큼 위고비가 기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보 노디스크가 68주간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의 체중 감량 효과는 7.5%(56주간 임상시험) 수준의 삭센다보다 2배가량 높다. 비만 외에도 간지방량을 31% 감소시키고, 뇌졸중 사망률 20% 감소, 치매예방, 알코올·니코틴 등 중독성 물질 욕구 저하 등의 연구결과가 이어지면서 여러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가격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비급여로 사용될 예정인 위고비 국내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의 위고비 한 달 기준 가격은 약 1350달러(약 180만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삭센다는 한 달에 30만∼50만원에 처방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경우 삭센다 대신 위고비를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고비뿐만 아니라 GLP-1 계열의 비만약은 꾸준한 복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요요현상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위고비와 오젬픽 투약을 중단한 일부 환자들은 감량한 체중의 약 3분의2가 1년만에 다시 회복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아울러 설사나 변비, 구토,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도 있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 경쟁 약물인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일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지난달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위고비처럼 주 1회 주사 방식인 마운자로는 임상실험 결과 체중 감량 효과가 최대 22.5%로 나타나 위고비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한국 시장에서 맞붙게 되면서 국내 업체들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내 제품은 점유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신약들이 잇따라 출격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비만 치료제 수요를 잡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신개념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을 11월 미국비만학회(Obesity Week)에서 소개한다. 신개념 비만치료 물질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결과를 해당 학회에서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체중 감량 시 근육 손실을 동반하는 기존 치료제 한계를 극복하는 해당 물질은 인크레틴과는 전혀 다른 작용기전이라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인크레틴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대표적으로 GLP-1이 있다.
한미의 신개념 물질은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는 치료제로 디자인됐다. 인크레틴 병용은 물론 단독요법으로도 체중 감량의 질을 개선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개념 비만 치료 물질은 단독요법으로도 비만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와 병용 가능하도록 설계돼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형태의 비만·당뇨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후속 임상 1상에 착수했으며,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함께 장기 지속형 주사제 형태의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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