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 직감하나' 이제 손흥민 탓으로 돌리네…"기복 있고, 꾸준하지 못하다"
[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토트넘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위기를 극복할까.
토트넘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코번트리 빌딩 소사이어티 아레나에서 열린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 코벤트리 시티에 2-1로 승리했다.
손흥민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17분 도미닉 솔란케 대신 투입돼 30여분을 뛰었으며, 공격포인트는 올리지 못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에서 2골을 기록 중이다.
2007-08시즌 리그컵에서 공식 대회 마지막 우승컵을 거머쥔 토트넘은 17년 만의 우승 트로피 획득에 도전한다.
코벤트리는 2부리그에 속해 있는 팀. 당연히 객관적인 전력에서 토트넘이 코벤트리를 압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코벤트리를 쉽게 이길 거라 봤다. 선발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존 주전 8명을 뺐다. 손흥민, 데얀 쿨루셉스키, 제임스 매디슨,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을 벤치에 앉혔다.
티모 베르너,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 프레이저 포스터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면서 백업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계산은 빗나갔다. 토트넘의 경기력이 생각 이상으로 엉망이었다. 전반전 단 하나의 슈팅도 때리지 못했다. 오히려 무수히 많은 실점 장면을 노출했다.
결국 후반 손흥민, 매디슨, 쿨루셉스키 등 주전들을 대거 내보냈다. 그럼에도 선제골까지 내주며 끌려갔다.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 제드 스펜스와 브레넌 존슨의 연속골로 겨우 이겼다.
토트넘 팬들 사이 여론은 좋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1승 1무 2패로 토트넘은 13위에 머물러있다. 최근엔 북런던 더비서 아스널에 0-1로 패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당했다. 코벤트리전 이후 인터뷰에서 "경기력이 안 좋았다는 말은 너무 가혹하다. 전형적인 컵대회 경기였다. 코벤트리가 매우 잘했다. 엄청난 에너지를 보였다. 우리가 주도권을 확실히 잡을 수 없었다. 그저 코벤트리의 공격을 버텨야 했다"고 상대를 높이 샀다.
이어 "열심히 노력해야 했지만 골을 내줬다. 실점하고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그러나 선수들이 투지와 끈기를 보여줬다. 지난 4경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금까진 경기력은 좋았지만 이기기 위한 정신력이 부족했다. 이번 경기에선 마지막 10분 동안 선수들의 투지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믿기 시작했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며 "쉬운 경기가 절대 아니었다. 코벤트리가 정말 잘했다. 많은 선수들이 첫 선발을 경험했다. 분명 소득이 있는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결과만 이겼을 뿐 경기 내용만 보면 토트넘이 큰 점수 차로 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태도다. 토트넘의 전략적인 약점을 고칠 생각보단 선수들의 투지와 정신력만 강조하고 있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늘 옳다고 생각한 걸 실행에 옮겼다. 항상 최선을 다했다. 언제나 중요한 순간 내 결정을 믿었다"며 "빠르게 문제점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늘은 지난 시즌 우리가 보여준 것들이 많이 나타났다. 끈기와 투지로 결국 이기는 모습 말이다. 고전하다가도 결승골로 이긴 적이 많았다. 올 시즌 첫 4경기에선 이런 점들이 부족했다"며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단지 축구경기였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고 자평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와 강한 압박을 추구한다. 그러나 플랜A가 통하지 않을 때 변화를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지적하고 있다.
공격진에 대한 불만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내 생각에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토트넘 공격수들은 아직 자신들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 솔란케는 더 보여줄 능력이 있는 선수다. 히샬리송은 아직 뛰지 않았다"라며 "손흥민은 기복이 있다고 본다.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아쉬워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과 다른 시즌 초반 분위기 속에 경질 위기에 놓였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는 "북런던 더비 패배 후 많은 팬들의 반응과 소음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클럽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반응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외부에서 압박을 받던 시절 아스널이 그를 완전히 지지했던 것처럼,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지지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나아질 거로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스널처럼 완전히 개선될지, 더 나아질지, 아니면 나빠질지는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분위기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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