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후위기 발등의 불인데 탄소중립 R&D 예산 삭감한 윤 정부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사이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 중립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이 42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20일 보도한 ‘탄소중립 관련 R&D 사업 현황’을 보면 정부가 제출한 2025년도 해당 분야 예산은 901억원으로 올해(866억원)보다 늘어났지만 2023년 예산(1322억원) 대비 32%(421억원) 적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 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 사업 예산은 사업 종료로 전액 삭감됐다. 이 사업을 이어받은 ‘무탄소에너지핵심기술개발’에는 57억원을 신규 편성했으나 올해 절반으로 줄었고, 태양전지·바이오에너지·이차전지 등을 지원하는 ‘단계도약형탄소중립기술개발’ 예산 역시 사업 종료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 수소기술개발 관련 예산도 37.7%(26억원) 삭감됐다.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윤석열 정부가 평소 ‘찬밥’ 취급해온 신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을 꾸준히 줄여온 것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탄소중립 지원을 강화하는 전세계 흐름과 역행한다. 미국 환경단체 지구정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통과 이후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에 338억5000만달러, 풍력 사업에 105억8000만달러가 투자됐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산업법에 따라 2030년까지 연간 탄소중립기술 수요의 40%를 역내에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발전에 몰입하며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산업계 부담을 줄이고, 그 축소분을 원전 확대로 대체하려고 한다.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른 RE100(재생에너지 100%)이 원전을 제외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태양광·풍력 발전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등한시하고 있다. 게다가 대규모 감세로 재정 압박이 심해지자 이 분야의 연구 예산까지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원전확대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발상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2050 탄소중립’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공표한 약속이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이 헌법상 기본권 문제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엄중히 받아들여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추석 명절 내내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시민들은 기후위기를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는 터다. 국회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탄소중립 R&D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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