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트리플 위칭데이…금리 인하 모멘텀 지속될까[오미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례적으로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결정한데 대해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1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1~2%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연준이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하하기는 코로나 팬데믹 때를 제외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빅컷(0.5%포인트의 금리 인하)은 주로 위기 상황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 때문에 연준의 빅컷 결정은 시장에 미국 경제가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0.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정책 재조정(recalibration)으로 정의하면서 경제와 노동시장 강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투자자들도 빅컷 결정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라 실질 금리가 상승한데 대한 자연스러운 정책 재조정이라는 개념을 수용하며 안도했다.
실질 금리란 명목 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이다.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면 실질 금리가 높아져 연준이 의도한 것보다 경제 성장세가 더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내려가면 그에 맞춰 기준금리도 인하해야 한다.
연준의 이번 빅컷으로 경제와 증시가 1995년과 같은 호황을 맞을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됐다. TS 롬바르드의 글로벌 매크로 담당 이사인 다리오 퍼킨스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1995년 상황은 연준이 현재 달성하기를 바라는 소프트랜딩의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또 "1995년은 통화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라기보다 신중한 성장 제약적인 정책 기간을 지난 후 금리를 낮춰 다시 경제 중립적인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기 사이클 중간에 이뤄지는 통화정책 재조정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위축된다고 해도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심각한 금융 불균형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침체의 폭은 역사적 기준에 비쳐 극도로 완만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탄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킨스는 아울러 실업률 상승보다는 취업자수 감소가 경기 침체의 더 명확한 신호라며 취업자수가 늘지 않고 감소세로 돌아섰을 때만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이치뱅크의 거시 전략가인 앙리 앨런도 연준의 이번 금리 인하가 "역사적으로 골디락스의 조합이었던 경기 연착륙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디락스는 경제가 너무 차갑지도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은 가장 좋은 상태를 말한다.
반면 핌코의 이코노미스트인 티파니 윌딩은 "인플레이션은 가라앉았지만 최근 노동시장에서의 모멘텀 상실은 경기가 하방 쪽으로 오버슈팅(과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근 투자자들은 경제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더 이상 보유하지 않고 금세 팔아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 결과 지난 7월 중순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주가가 올라도 상승세가 유지되지 못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연준의 과감한 빅컷이 경기 확장을 연장시키려는 정책 재조정이라는 프레임에 투자자들이 수긍하는 모습이지만 이로 인해 랠리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경제가 연착륙할지, 아니면 급격히 하강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이 게속되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가 19일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S&P500지수를 지속적으로 밀어올릴 모멘텀이 될지 주목된다.
한편, 19일 장 마감 후 국제 배송업체인 페덱스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하회하는 회계연도 2025년 1분기(6~8월) 실적을 발표하고 회계연도 2025년 전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페덱스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 11% 이상 급락했다.
20일에는 미국 증시에 특별한 경제지표나 기업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지 않다. 하지만 개별 주식 옵션과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만기가 겹치는 트리플 위칭 데이(세 마녀의 날)라 거래량도 늘고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일본은행(BOJ)은 20일에 예상대로 금리를 0.25%로 동결해 일본의 통화정책이 미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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