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에이전트’ 전 피에트로 인터뷰 “KFA 신뢰도 유럽에서 이미 바닥”

이준희 2024. 9. 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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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자신을 축구 에이전시 대표라고 밝힌 전 피에트로 씨의 폭로가 축구판을 뒤흔들었습니다.

전 대표는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이 "잘 짜인 대본 같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전 대표에 따르면 축구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던 르나르 전 프랑스 여자 대표팀 감독은 "마지막까지도 축구협회의 응답을 기다렸다"며 "르나르가 연봉과 거주 조건, 모든 요구에 승낙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이를 무시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전 대표의 폭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KBS는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인지 또 사실이라면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전 대표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또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을 질타하기 위해 폭로를 했다며, 의도가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전 대표는 일단 자신이 르나르의 공식 에이전트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르나르 선임이 무산된 것을
너무 안타깝게 여겨, 르나르를 다시 한번 감독으로 추진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인데, 호주와 스페인에서 자랐습니다. 현재는 폴란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폴란드와 스페인 왔다 갔다 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JP 스포츠그룹 대표 오너고요. 과거에 에이전트 일하다가 현재는 구단 인수랑 구단 경영 준비하고 있습니다."

(르나르 에이전트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나?)
"르나르 감독은 다른 에이전시가 담당했다가 협상이 잘 안된 거로 기억해요. 막판에 르나르 감독 사정이 어떻게 됐는지 정확히 궁금해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접촉했습니다. 이런 감독이 갑자기 이유도 없이 안됐을 리가 없는데, 사실 확인을 해보려고 르나르 감독에게 직접 연락했어요. 그런데 르나르 감독이 에이전트 번호를 넘겨주더라고요. 한국 감독 지원 과정에서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를 에이전트 통해 전해 들었어요."

전 대표는 르나르 측 에이전트와 연락을 취하며, 자신이 다시 한번 르나르를 한국 감독 후보에 올려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르나르 에이전트와는 두 번 통화하고 문자는 몇 번이나 했습니다. 르나르 에이전트가 연봉은 대한축구협회가 얼마나 제시하던지 무조건 받겠다고,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Very interested' 라고, '어떤 조건이든지 OK'라고 했어요.

전 대표는 르나르 측 에이전트 Farid Ayad와 나눈 문자메시지와 통화 녹취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르나르는 현재도 KFA 프로젝트에 매우 큰 관심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이해가 안 된다. KFA는 여전히 회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KFA가 어떠한 답도 주지 않고 있다." -Farid Ayad (르나르 에이전트)-

*실제 통화 녹취 음성은 KBS 스포츠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대표가 KFA에 접촉했을 당시는 정해성 위원장 사퇴 이후라, 전 대표는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임생 이사는 이미 플랜A가 정해져 있다며, 이를 거절했습니다.


물론 르나르는 당시 부족한 면접 준비와 불량한 태도 등으로 좋지 못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박주호 前 전력강화위원도 인정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르나르가 한국 축구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컸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전 대표는 이에 더해, 자신이 그레이엄 포터 前 첼시 감독도 축구협회에 추천했다고 말합니다.

"포터 감독은 제가 직접 포터 사단 수석코치랑 이야기했고요. 한국 대표팀에 관심이 많이 간다고 말했어요. 제가 대한축구협회에 포터 이력서 보내놓고, 우리 회사가 부대 비용은 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메일까지 보냈어요. 그런데 협회가 완전히 무시한 거죠."

전 대표에 따르면 포터 감독 역시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연봉 많이 못 주는데 괜찮냐고 제가 물어봤어요. 포터 측은 아약스와도 협상이 틀어진 원인도 축구적인 이유지 돈 때문에 틀어진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협회가) 포터 연봉이 100억 원 넘지 않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제가 증거까지 들고 가서 100억 원이 아니니깐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죠. 그런데도 안 믿으니 어떡해요. 어쩔 수 없었죠."

르나르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거론되던 거스 포옛 등 축구협회는 외국인 후보자들에게 탈락 통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소위 매너 있는 대우하지 않아 논란이 되곤 했는데요.

전 대표는 이번 감독 선임 과정을 거치며 유럽 축구판에서 대한축구협회의 신뢰도가 실제로 크게 추락했다고 말합니다.

"미첼 전 올림피아코스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 협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이후 미첼 감독이 '그 사람들 결국 내국인 감독 뽑을 거라고…. 안 갈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감독들이 냉소적인 태도를 표하고 있죠. '뭘 그런 데를 가냐고, 걔네 결국에는 한국인 감독으로 갈 거라고…. 좋은 말만 다 해놓고 결국엔 시간 낭비라고….' 신뢰를 잃었죠. 신뢰를 아주 많이 잃었죠."

물론 한국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에서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전 대표의 발언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분명 고민이 필요한 지점입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는 감독 선임 작업에 참여했던 축구협회 내부 관계자와 전력강화위원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는 24일 축구협회를 대상으로 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진실의 문이 열릴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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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 (fcju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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