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취약지역, 병원 가려면 최소 2~3시간 걸려…원격의료 확대 절실”
노년층이 주로 모이는 경로당과 실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고령화·지방 소멸에 따른 의료 취약 계층·지역의 병원 진료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다. 비대면 진료 전면 도입을 놓고 개원의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대한원격의료학회는 20일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24 추계 학술대회’를 열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시니어 헬스케어 방안’ 등 원격의료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경로당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최운 대한노인회 스마트경로당 정책위원장은 “경기 용인 등의 경로당에서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며 “경로당을 중심으로 한 원격의료 확대는 굉장히 절실하다. 의료 취약지역에서는 짧게는 2~3시간씩, 길게는 하루 종일 걸려 병원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대한노인회에 따르면 전국에 6만8800여개의 경로당이 있다. 경로당 1곳당 평균 회원은 44명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900여곳을 대상으로 스마트경로당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 등을 통해 건강관리, 교육, 여가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경로당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노인회는 비대면 진료·건강관리·운동·일자리 정보·재미·안전관리 등 여섯 가지를 중점에 두고 스마트경로당을 조성하고 있다.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경로당에서 진료를 예약한 뒤 비대면으로 의사를 마주하고, 경로당에 있는 건강관리 기기를 통해 혈압·혈당 등을 체크하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는 늘어나고, 이들의 지식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며 “경로당을 원격진료의 포스트로 적극 활용해달라”고 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고령사회를 위한 맞춤형 원격의료 혁신방향’에 대해서도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솔닥의 이호익 대표는 “종이로 된 진료 접수증과 처방전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도 쓰이고 있는 것들”이라며 “이 시스템에서는 의료진들은 원격 의료를 할 수 없다. 원격 의료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솔닥은 경로당과 실버타운,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헬스케어 존’ 구축 사업 등을 하고 있다. 헬스케어 존에서는 각종 헬스케어 기기를 통해 체중·혈압·혈당 등을 측정하고, 제휴 의료기관을 통해 비대면 상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매우 낙후된 공간에 있는 의료 취약계층은 병원 진료를 아예 볼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치매가 있는데도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며 “의료 분야도공급자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환자의 사용성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학술대회에서는 격오지·파병 부대의 건강관리 등 군(軍) 원격의료의 현황 및 개선방향과 디지털 치료기기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강대희 한국원격의료학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첨단 기술에 기반한 원격의료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수의료 분야를 비롯해 군 의료, 노인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돌파구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의학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DX)이 만들어 낼 변화는 엄청나다”며 “인공지능(AI)이 질환을 잡아내고, 약을 제안하는 등 의사의 진료를 도와줄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의학을 10년 내로 엄청나게 바꿀 것”이라고 했다. 송정한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원격의료는 진료를 넘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지역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며 “가능성에 주목해 끝없이 노력한 덕분에 원격의료 발전과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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