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공 투척→슬픈 얼굴의 버스행… 스타우트 이렇게 불운한 시즌 아웃이 있다니, KIA 선발 또 부상 악령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올 시즌 팀의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했던 제임스 네일이 지난 8월 24일 창원 NC전에서 얼굴에 타구를 맞는 중상 끝에 이탈하자 단기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를 찾기로 했다. 미국에서 데려오기는 선수도 마땅치 않고, 시간도 촉박한 상황에서 KIA는 원래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로 눈여겨보고 있었던 에릭 스타우트(31)와 다시 접촉한 끝에 유니폼을 입혔다.
당초 스타우트는 원 소속 구단이었던 중신이 풀어주지 않아 KBO리그 구단들이 입을 다시던 자원이었지만, 시즌 막판에는 중신도 전향적으로 나섰고 무엇보다 스타우트가 KBO리그에서 던져보고 싶었던 의지가 강했다. 스타우트로서는 더 큰 무대에서 성공의 발판을 놓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비록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없는 신분으로 ‘단기 아르바이트’ 신분이었지만, 스타우트는 성실하게 팀에 적응하며 호감을 샀다.
시즌 첫 3경기에서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다.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1일 대구 삼성전에서 4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부진했지만 7일 키움전에서 5이닝 1실점, 그리고 14일 키움전에서 5⅓이닝 1실점(비자책점) 호투를 펼치면서 당초 팀이 기대했던 몫을 충실히 해냈다. 스타우트는 “4일 휴식 후 등판도 상관이 없다”면서 의지를 불태웠고, 결과적으로 KIA의 정규시즌 1위 수성에 나름 공을 세우며 마지막에 웃었다.
남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KIA의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후보가 될 수도 있었고, 또 다른 팀들의 외국인 선수 후보가 될 수도 있었다. 최고 시속 150㎞ 안팎의 패스트볼과 몇몇 변화구는 잘 가다듬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모든 꿈이 사라졌다. 이날 경기 내용은 그렇다 치고, 2회 투구 중 부상으로 결국 잔여 시즌 아웃이라는 통보를 받고 KBO리그에서의 경력을 마무리할 위기다.
스타우트는 19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1⅔이닝 동안 3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는 잘 막았지만, 2회 상대 집중타를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문제는 2사 후 정수빈에게 공을 던지다 쓰러지면서다. 볼넷이 되는 상황에서 스타우트는 마운드 위에 넘어졌다. 스타우트는 글러브를 벗어 던지며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트레이너와 코치들이 스타우트의 상태를 살폈지만 더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KIA는 김기훈이 급히 마운드에 올라 스타우트의 뒤를 이어야 했다. 절뚝이며 마운드를 내려간 스타우트는 더그아웃에 들어가 쥐고 있던 공을 세게 집어 던지며 분노를 드러냈다. 누구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화풀이였다.
당시 KIA는 스타우트가 왼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껴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고, 20일 아침에 상황을 지켜보고 병원 검진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장을 떠나는 스타우트는 어두운 표정으로 절뚝이고 있었다. 정상적인 걸음을 하지 못한 채 버스에 올랐고, 결국 20일 검진 결과 햄스트링 부분 손상 판정을 받았다. 이미 마운드를 내려갈 때부터 올 시즌 더 던지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KIA는 20일 “어제(19일) 잠실 두산전에서 투구 이후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인해 교체되었던 에릭 스타우트 선수가 오늘 구단지정병원인 선한병원에서 MRI검진을 실시했다. 검진결과 왼쪽 햄스트링 부분손상 진단 소견이다. 스타우트 선수는 내일(21일) 말소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일단 정규시즌 남은 경기 소화는 불가능해졌다. KIA는 이미 지난 17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상황이라 스타우트의 부상이 시즌 막판 전략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와 열심히 던진 스타우트와 시즌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하다. 스타우트를 바라보는 KIA의 심정도 착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여러모로 불운했다. 그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았다면 부상 없이 계속 경기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고, 남은 경기에서 최소 한 번은 더 등판하며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을지 모른다. 게다가 이날은 원래 스타우트의 등판 순번도 아니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에릭 라우어의 등판 차례였는데 라우어의 손톱에 작은 문제가 생겨 스타우트가 등판하게 된 것이었다. 나흘 휴식 후 등판이었다. 하필 이날 부상을 당했으니, 더그아웃에서 스타우트를 지켜보는 라우어의 심정 또한 편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KIA의 올 시즌 선발진은 계속된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시즌 시작부터 이의리가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고, 결국 시즌을 더 이어 가지 못하고 팔꿈치 수술대에 올라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윌 크로우 또한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단기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캠 알드레드를 영입하고, 황동하 등 대체 선발 자원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윤영철이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IA 선발진의 위기는 계속됐다.
여기에 제임스 네일이 경기 도중 타구에 턱을 맞아 응급 수술을 받은 중상을 입은 채 정규시즌 아웃됐다. 네일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스타우트마저도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올해 KIA 개막 선발 로테이션 선수 중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한 선수는 양현종 딱 하나만 남게 됐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스타우트가 부상으로 이탈해서 그나마 다행이지, 만약에 지금까지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고 하면 암울한 상황이 될 뻔했다. 이 시점에서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KIA는 일단 21일에는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윤영철이 선발로 등판한다. 윤영철은 21일 등판하고 시즌 막판 한 경기에 더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양현종 황동하 김도현으로 이어지는 기존 선발 투수들도 한 경기는 더 던지고 시즌을 마감할 예정이다. 어차피 우승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스타우트의 공백이 큰 상황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부상에 외국인 투수 쪽에서의 찜찜함은 지우지 못한 채 정규 시즌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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