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같은 오타니 대기록 …"달착륙 맞먹는 업적"

MLB 첫 50홈런 50도루
한경기 3홈런 2도루도 최초
파워·스피드 다 갖춰야 가능
술 안마시는 자기관리 끝판왕
기록달성 후 샴페인 원샷 자축
50호 홈런공 관객이 가져가
경매가격 50만弗 넘을듯

오타니 쇼헤이가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MLB 원정 경기에서 7회 초 올 시즌 50호 홈런을 친 뒤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야구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다저스)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달성했다. 강한 힘과 빠른 발을 동시에 갖추기 어려운 야구에서 오타니가 MLB 148년 역사상 첫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오타니는 2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MLB 정규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 LA다저스의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하루에만 홈런 3개와 도루 2개를 기록하면서 올 시즌 51홈런-51도루 고지를 밟았다. MLB 역사상 단일 시즌에 50홈런-50도루를 한꺼번에 기록한 것은 오타니가 처음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술을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던 오타니는 대기록을 달성한 후 샴페인을 '원샷'하며 자축했다. 오타니는 "(50-50을) 빨리 달성하고 싶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고 기뻐했다. "미지의 영역이던 50-50을 이뤘다"고 전한 산케이신문을 비롯해 일본 매체들은 앞다퉈 오타니의 위업을 자세하게 다뤘다.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해야 달성할 수 있는 '50홈런-50도루'는 야구계에서 전대미문의 기록으로 통한다. 미국 ESPN은 "오타니는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에 비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단일 시즌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 중 최다 도루 기록은 1955년 윌리 메이스와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기록한 24개였다. 한 시즌에 50도루 이상을 기록한 건 241차례 나왔지만 이들의 평균 홈런은 8.4개에 그쳤다.

2018년 타자와 투수를 겸비한 능력을 앞세워 LA에인절스에 입단해 MLB에 도전한 오타니는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 12월 북미 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0년 총액 7억달러(약 9300억원)에 LA다저스로 옮긴 오타니는 올해 타격에 집중하고서 펄펄 날았다.

도루도 잘해냈다. MLB에 진출한 후 오타니가 한 시즌 최다 도루를 기록했던 건 2021년 26개였다. 올 시즌 들어 도루 시도를 늘린 그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올해 55차례 도루를 시도해 4차례만 실패해 성공률만 92.73%에 이른다. 지명타자로 뛴 선수 중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마이애미전 직전까지 48홈런-49도루를 기록하던 오타니는 마치 '기록의 날'이라도 잡은 듯 경기를 지배했다. 1회 초 2루타로 포문을 연뒤 3루 도루로 시즌 50도루를 기록한 그는 2회 초에 우전 적시타로 출루한 뒤 또다시 2루 도루를 성공했다. 6회부터는 3연타석 홈런쇼를 펼쳤다. 6회 초 시속 111.2마일(약 179㎞)의 총알 같은 타구로 우월 투런포를 친 뒤 7회 초에는 좌월 3점 홈런으로 시즌 50홈런을 채웠다.

이어 9회 초에도 오타니는 비거리 440피트(134.1m)짜리 초대형 3점 홈런으로 시즌 홈런 수를 51개까지 늘렸다. 150경기 만에 대기록을 세운 오타니는 이날 하루에만 6타수 6안타 10타점으로 맹활약했다. LA다저스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MLB 첫 한 경기 3홈런·2도루 동시 달성 등 다양한 기록도 함께 세웠다. 공교롭게 대기록을 달성한 이날은 오타니가 팔꿈치 수술을 받은 지 꼭 1년 된 날이었다.

한편 오타니의 50호 홈런공은 돌려받지 못했다. 공을 주운 한 남성이 구단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관중석 바깥으로 나간 뒤 곧장 귀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NBC방송, 디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오타니의 50호 홈런공은 최대 50만달러(약 6억6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역대 MLB 홈런공 경매 최고 낙찰액은 300만5000달러(약 40억원)로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70호 홈런공이었다.

[김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