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두 국가론’ 발언에…야 당혹, 여 색깔공세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이 19일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며 ‘평화적 두 개의 국가론’을 제시하자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 전 의원 주장이 평생 통일 운동을 전개해온 그의 정치 이력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평화정책의 기조나 민주당의 전통적 평화통일론과도 배치되는 발언이어서다. 국민의힘은 임 전 의원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닮아도 너무 닮았다”며 색깔 공세를 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2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가 두 국가론에 방점을 찍으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합리화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평화를 중시하려던 본말이 오히려 전도될 수 있다”며 “임 전 의원 주장은 무리한 이야기”라고 우려했다. 다른 친문재인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평화정책의 기조는 ‘선 평화·후 통일’로 임 전 의원의 메시지는 그 둘이 병립 불가하다는 것을 전제로 ‘후 통일’을 걷어낸 것이라 당황스럽다”며 “문 전 대통령 쪽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개인의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9일 임 전 의원은 9·19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기조연설에서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며 ‘두 개의 국가론’을 제시했다. 임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내고 이듬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30여년 동안 통일 운동을 전개해온 정치인인 탓에 야당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그의 ‘돌발 발언’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현하여 번영된 통일국가 건설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민주당 강령과도 배치되는 터라 당 안팎에서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남과 북이 실제로 두 개의 국가처럼 존재하는 측면이 있지만, 임 전 의원 발언은 남북관계라는 특수한 관계의 축을 아예 없애자는 취지인 만큼 사회적 숙의와 전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다만, 남북관계가 장기적인 대치를 이어가는 현 국면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현실론’이라거나 급작스럽지만 일부 동의되는 지점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7월 당 강령 개정 관련 토론회에서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로의 인식 전환을 주장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출신 이연희 의원은 한겨레에 “정권 교체돼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가 큰 숙제가 될텐데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조금이라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남북이 사이좋은 이웃국가로 평화롭게 지내는, 국민이 최소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란 반응도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통일정책이 아니고 교류협력 평화정책으로, 임 전 의원의 두 개의 한국, 통일이 아니라 평화를 지키자는 발언은 햇볕정책과 비슷하다”면서도 “물론 학자는 (통일은 거두고 평화 먼저 챙기자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현역 정치인의 발언으로는 성급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임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북남관계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동조하는 발언이라며 ‘색깔’ 공세를 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취재진에 “(북한이) 통일이 필요할 때는 통일론을 주장하고, 북한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면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정말 기이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김연주 대변인은 논평에서 “연초 북한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흡수통일을 거부한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사실상의 통일 포기 주장이자,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하겠다는 충격적 발상”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의원은 한겨레에 “어법이 다소 충격적이겠지만 통일을 전제로 평화를 얘기하다 보면 양쪽 모두 반감이 일게 되니 일단 평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통일이라는 그 전제를 미래세대들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건강한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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