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걸음마 뗀 기업형 K-임대주택에 거는 기대

백윤미 기자 2024. 9. 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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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국내 코리빙 업계에서는 외국 자본의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이 몇 개월 안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봤다.

외국 자본이 진출한 이유도 국내 임대주택이 임대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성장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장기적으로 주거 다양성·안정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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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리빙 기업 중에 해외 투자자 접촉 안 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코리빙 업계 관계자)

올해 초 이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국내 코리빙 업계에서는 외국 자본의 한국 임대주택 시장 진출이 몇 개월 안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봤다. 진출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며, 시기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예상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최근 미국의 모건스탠리가 한국의 임대주택에 투자를 하면서 스타트를 끊었다. 강동구 복합시설을 200억원에 인수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그래비티자산운용과 손잡고 복합건물을 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이 같은 외국 자본의 임대주택 투자는, 전세라는 임차 제도가 공고한 한국 부동산 시장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삼각지역 인근 민간임대주택을 방문한 취재 현장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이날 발표한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공급 방안은 기업이 집주인이며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민간임대주택 시장은 SK디앤디가 유일한 대기업 계열사로,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활로를 개척하던 분야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임대주택을 둘러싼 운영상 규제와 사업성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운영상 규제는 지난 2월 건축법 시행령에 ‘임대형 기숙사’ 용도를 신설하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하지만 사업성의 경우 무엇보다 보험사 등 금융권의 참여 동력이 여전히 약하다. 이번 발표로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고려해도 최장 20년이나 돈이 묶이면서도 여타 사업 대비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영국 등 해외에서 운영되는 임대주택들이 운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 다수가 고급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다행히 정부와 업계 모두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박상우 장관에게 “사실상 고급화밖에 대안이 없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하자 “여러 방안이 있지만 고급화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코리빙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접근하기 쉬운 사업 모델이 고급화이며, 정착된 후에는 기업들의 운영 노하우에 따라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은 사실상 형성 초기 단계다. 외국 자본이 진출한 이유도 국내 임대주택이 임대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성장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빌라 전세사기와 전세 갭투자로 인한 매매가격 왜곡 등 부작용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장기적으로 주거 다양성·안정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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