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do감] 철새, 어디서 겨울 보내든 에너지 소모량 비슷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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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에게 가을은 힘겨운 시기다.
철새가 어렵게 이동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과학자들은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나는 것보다 따뜻한 곳에 있을 때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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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에게 가을은 힘겨운 시기다.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수백 또는 수천 마일을 날아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풍, 고층 빌딩 등 잠재적인 위협을 성공적으로 피해 날아야 한다.
철새가 어렵게 이동하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과학자들은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나는 것보다 따뜻한 곳에 있을 때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최근 독일 연구진이 이 통념을 깨트리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 행동 연구소가 이끄는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철새 중 하나인 '검은새(학명 Turdus merula)'가 독일에서 추운 겨울을 견딜 때와 온화한 남부 유럽이나 북부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날 때 각 에너지 소모량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결과를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했다.
검은새는 독일 남부에서 여름을 보낸다. 검은새 대다수는 겨울 동안 독일에 머물지만 이중 4분의 1은 10, 11월 유럽 남부나 아프리카 북부에서 겨울을 보내고 4월 초에 독일로 돌아온다.
연구팀은 검은새 118마리에 심박수와 체온을 30분마다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로거'를 장착했다. 데이터 로거는 스마트워치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심박수는 에너지 소모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수록 심박수가 높아진다.
연구팀은 9월부터 데이터 로거를 새들에 장착하고 약 9개월이 지난 다음 해 5월 118마리 중 83마리를 다시 붙잡아 데이터 로거에 남은 그동안의 기록을 분석했다. 기록에 따르면 겨울에 독일을 떠나는 검은새는 평균 약 500마일(804.672km)를 이동해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이동 전 에너지를 아꼈다. 독일을 떠나기 4주 전부터 야간 심박수를 낮추고 체온도 떨어뜨렸다.
분석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겨울에 추운 독일에 남아 있던 검은새보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검은새의 심박수가 낮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전체 이동기간 동안 두 새 집단이 결국 같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 남은 새가 따뜻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이동한 새에 비해 전체 기간에서 약 4400kcal를 더 소모했지만 심박수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스콧 얀코 미국 예일대 연구원은 "서식지를 옮긴 철새가 절약한 에너지를 어디에 쓰는지 알아내는 것이 다음에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낯선 곳에서 천적을 경계하거나 더 큰 알을 생산하는 것처럼 좀 더 나은 번식 전략을 갖는 데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술의 발전 덕분에 나올 수 있었던 결과다. 작고 성능 좋은 데이터 로거가 나오는 등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기술이 발달하며 철새의 전 주기에서 소모하는 에너지양을 측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얀코 연구원은 "소형 데이터 로거와 같은 새로운 기술은 과학자들에게 한때 상상할 수 없었던 의문을 묻고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doi.org/10.1038/s41559-024-02545-y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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