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은 병원 보면 가슴 아파"…부산 침례병원 공공화 하세월

장광일 기자 2024. 9.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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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갑자기 열이 38도 가까이 올랐는데 어쩔 수 없이 다음 날까지 꾹 참았죠."

한편 이 같은 주민들의 불편함에 부산시는 2022년 2월부터 부지 매입, 보건복지부와 관련 실무작업 착수 등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만드는 '공공화'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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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으로 보건복지부, 공공병원화 논의 중단 상태
20일 오후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 입구에는 사람의 출입을 막는 펜스가 쳐져있다.2024.09.20/뉴스1 ⓒ News1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밤에 갑자기 열이 38도 가까이 올랐는데 어쩔 수 없이 다음 날까지 꾹 참았죠."

20일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서 자취 중인 정우림씨(29)는 한 달 전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그저 독한 감기처럼 느껴졌기에 119를 부르기도 애매했다"며 "침례병원이 있었다면 당시 아픈 걸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었고 앞으로 아픈 것에 대한 걱정도 덜 할 텐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씨의 집에서 약 250m 거리에는 운영이 중단된 침례병원이 있다.

종합병원 침례병원은 2017년 파산 등의 이유로 폐원됐다. 당시 금정에서 유일하게 응급실이 운영되던 병원이었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주민 김정수씨(83)는 "나이가 있다 보니 언제든지 병원에 갈 수도 있다는 걱정을 늘 품고 산다"며 "구급차를 불러도 병원 도착하기 전에 큰일이 날까 봐 이사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침례병원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씨(76)는 "병원 건물은 매일 보는데 막상 아프면 먼 병원을 가야 하는 게 참 슬픈 상황"이라며 "운전을 못해서 아프면 2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부산 동래구 대동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있을 때는 매일 700~800명의 손님이 왔는데 지금은 30명도 감사하다"며 "병원 근처에 남아있는 식당, 약국도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는 중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산에서 119구급대를 통한 환자 병원 이송 소요 시간은 평균 25분이나 금정구는 약 31분으로 16개 구·군 중 이송 소요 시간이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는 금정구 서동에 종합병원인 세웅병원이 생겼으나 몇몇 주민들은 여전히 대동병원이 훨씬 접근하기 좋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동병원은 부산 지하철 1호선 동래역 인근에 위치하고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1호선과 비슷하게 설치된 편도 3~4차로 '중앙대로'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세웅병원의 경우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야 하고 차도는 편도 1~2차로였기에 접근성이 비교적 떨어졌다.

한편 이 같은 주민들의 불편함에 부산시는 2022년 2월부터 부지 매입, 보건복지부와 관련 실무작업 착수 등 침례병원을 보험자병원으로 만드는 '공공화'를 추진 중이다. 보험자병원은 건강보험공단이 직영하며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병원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침례병원 공공화를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었으나 적자 발생 시 대책, 운영비 문제 등에 대한 시의 대책이 부족하다며 2024년 초 건정심을 다시 열고 재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의정 갈등이 시작되면서 침례병원 공공화에 대한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며 건정심을 열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금정구 응급실 부재에 일각에서는 보험자병원이 아닌 공공의료기관으로 설립 후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인 '복합 의료 기관' 방식으로 침례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부산시 관계자는 "건정심은 열리지 않고 있으나 보건복지부와 적자 대책 등에 관한 논의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며 "공공의료기관으로 부산의료원이 운영 중이고 서부산의료원이 추진되고 있어 복합 의료 기관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관계자는 "시기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의정 갈등이 마무리되면 건정심이 진행될 것"이라며 "당장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ilryo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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