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두 갈래 공천개입 의혹…통화 녹음·텔레그램 진위가 ‘스모킹 건’
대통령실·여 지도부는 ‘침묵’
여권 사안 커질라 침묵·톤다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2022년 6·1 지방선거와 올해 4·10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윤 대통령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국민의힘에서는 관련 의혹의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고 관련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국회를 통과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사안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이다.
20일까지 언론 보도로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2022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는데 윤 대통령 부부가 힘을 썼다는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당선된 김 전 의원이 올해 4·10 총선 공천을 앞두고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를 포기하고 경남 김해갑 출마선언을 하는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느냐다. 김 전 의원은 결국 현역 하위 10%로 컷오프(공천배제)돼 총선 공천을 받지 못했다.
뉴스토마토가 전날 보도로 제시한 첫 번째 의혹의 근거는 김 전 의원 측근 명태균씨가 주변 인사에게 했다는 말이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의 공천 확정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라며 “그래서 윤상현이, 2”라고 말했다고 한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자신의 전화 통화로 인해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윤상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정말 김 전 의원을 공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선거개입이 될 수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어도 명씨와 당의 공천에 관해 논의한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치적인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확인된 것은 명씨가 지인에게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했다’고 말한 통화의 녹음파일이다. 통화 이튿날인 5월10일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 명씨가 김 여사 초청으로 참석한 것은 윤 대통령 부부와 교분이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다.
향후 관건은 명씨가 실제 윤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것이 입증되느냐다.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파일이나 녹취록이 공개되느냐, 그 내용을 공천 개입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에 따라 파장이 확산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명씨가 지인에게 그 말을 했더라도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은 전날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당시 경남지사에 나간다고 2~3년 전부터 거기서 뛰고 있었고 야당 후보도 이겼다. 여성 후보라는 점도 있었다”며 “후보가 여러 명 있었고 원칙에 따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명씨에 대해 “한마디로 허장성세, 대한민국을 자기가 다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이나 여사와 전화를 했다고 해도 나에게) 전혀 안 통한다”고 공천개입 의혹을 반박했다. 윤 의원은 입장문에서도 “해당 기사는 한마디로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당시 공천자로 정해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으로 변경된 일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공천을 윤 의원에게 일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은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국민의힘 현 지도부도 이 의혹에 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반응했다가 오히려 사안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의원은 서울법대 출신 변호사로 1996년 30대에 국회의원이 된 후 당 대변인, 최고위원을 거쳐 2006년 박근혜 당시 대표의 공석을 이어받아 잠깐 당대표를 맡은 적도 있다. 하지만 4선을 지낸 후 2012·2016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2020년 창원진해에서 경선 탈락하면서 당내에선 사실상 잊혀져 가는 인사였다. 그런 김 전 의원이 정권 초 당선이 유력한 지역의 보궐선거에 공천을 받아 당선되자 윤 대통령과의 서울법대 인연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 의혹 역시 뉴스토마토 보도로 불거졌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의 총선 당내 경선 컷오프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월18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김영선 컷오프다. 여사가 직접 전화 왔다”며 “빨리 (김해갑 출마) 기사를 내 갖고 여사한테 줘야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의원은 그날 자신의 지역구인 창원의창을 떠나 김해갑 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이라면 김 전 의원이 명씨를 통해 사전에 컷오프 사실을 알고 김해갑 출마로 노선을 틀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5일엔 김 여사가 텔레그램 메시지로 김 전 의원에게 김해로 옮겨 출마하라고 요청했다는 의혹도 뉴스토마토에 보도된 바 있다.
이 의혹과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텔레그램 메시지를 봤다는 정치권 인사들은 있다. 명확한 진실 규명을 위해선 이 역시 명씨의 통화 녹음, 녹취록이나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 확인돼야 한다. 다만 보도 이후 김 전 의원은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메시지 교환 등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명씨는 뉴스토마토 기자 등을 고소하며 보도자료에서 텔레그램 메시지에 대해 “영부인과 (김 전 의원이 아니라) 고소인(명씨) 간의 메시지”라며 “그 메시지에는 영부인이 김 전 의원에게 김해로 이동해줄 것을 요청한 내용이 없고 그에 따른 지원 방안도 없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또 “메시지들은 ‘(김 여사 본인이) 김영선에게 전략공천해줄 힘이 없다’는 영부인의 입장에 대해 고소인이 강한 불만감을 표시하는 내용들”이라고 했다.
두 번째 의혹에 따라다니는 얘기로 윤 대통령 부부가 검사 출신 김모씨를 창원의창에 공천하기 위해 김 전 의원을 김해로 보내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이 김씨와 김 전 의원을 모두 경선 전 컷오프시켰기 때문에 논란이 확산하지 않았다.
친한동훈계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확인한 것은 논란이 되는 김 전 의원과 검찰 출신 김씨가 서로 경합을 했는데, 논란이 계속되니까 한동훈 대표가 논란 있는 분들을 공천하지 말라고 장동혁 사무총장에게 지시해서 두 분 다 컷오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논란이 될 인사들을 컷오프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만약 그 두 분 중에 어떤 분이라도 지금 공천받았다면 굉장히 시끄러운 사태가 벌어졌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야당이 전날 통과시킨 김 여사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 공천개입 의혹을 추가하면서 앞으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여사가 명씨를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하고, 명씨와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눈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공천을 준다 안준다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김 여사가 가지는 정치적인 입지나 위치를 생각해봤을 때 자칫 잘못된 사인을 줄 수 있다”며 “(김 여사가 공천 관련 대화를 나눈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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