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의 밀레니얼 시각] 시기심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2024. 9.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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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 일으키는 타인에 집착
내가 가진 결핍을 마주하고
진정으로 내 삶을 사랑해야

우리 사회는 어느덧 시기심의 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상대적 박탈감'의 시대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옆집 사람이 무슨 차를 타는지, 직장 동료가 이번 휴가에는 어떤 호텔에 다녀왔는지, 동기 동창들이 어느 동네 아파트에 사는지를 의식하며 매일같이 서열을 나누고 미세한 박탈감과 시기심 속에 살아간다.

그런데 시기심은 인간이 가진 아주 파괴적인 감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가 그 누군가에게 '시기심'을 느낀 적이 있다면, 그 순간은 거의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 채 가시처럼 뇌리에 박혀버린다. 이 가시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하면, 어떤 식으로든 삶을 파멸시킬 수 있다.

시기심이 삶을 파괴하는 하나의 방식은 상대방에게 집착하게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에게 괴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대에게 오히려 집착하며 중독되는 묘한 성향이 있다. 궁중에서 일어난 각종 권력 투쟁도 시기심이 얽혀 있고, 고흐와 고갱, 니체와 바그너 등 예술가들이나 학자들의 전기에도 시기심이 얽힌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시기심을 한 번 느끼면, 우리는 상대에 대한 미움을 완전히 뽑아낼 수 없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상대가 몰락하거나 파멸이라도 하면 입가에 미소를 숨길 수가 없다. 요즘에는 유튜버 등 여러 인플루언서가 인기를 얻다 추락하는 경우, 즉 소위 '나락'으로 가는 경우 댓글로 조롱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독일어로는 '샤덴프로이데'라고도 하는 이 감정은 가장 악마적인 것에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그가 나에게 무슨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단지 그가 잘못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니, 이런 감정에는 확실히 소름 끼치는 데가 있다.

시기심이 작동하는 또 다른 파멸적인 방식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시기심의 에너지가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하게 되면, 일종의 극단적인 회피 반응이 생긴다. 나에게 시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을 모두 피하면서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시기심으로부터 도망치며 사람들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시기심이 불러일으키는 집착과 회피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기심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왜 그에게 시기심을 느끼는가? 과연 그 시기심은 정당한 것인가? 그에게는 나보다 더 나은 점이 있을 수 있지만, 나에게도 더 나은 점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다 서로 더 잘난 점이 있으면, 못난 점도 있다. 더 나은 점이 있으면, 더 부족한 점도 있다. 모든 면에서 시기심을 느껴야 할 만큼 서열이 우월한 사람은 없다. 그저 각기 다른 장단점을 가지고 살아갈 뿐이다. 대개 시기심이란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란 데 반해 상대방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완벽하게 보이는 순간 발생한다. 그러나 완벽한 삶 같은 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기심이 가리키는 것이 상대의 풍족함보다는 나 자신의 결핍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시기심은 나의 결핍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그와 동시에 내가 그 밖에 무엇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에 가치 기준을 두고 살아가는지를 알려주는 표지가 된다. 누구도 세상 모든 걸 가질 순 없고, 각자가 가치 있다고 믿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며 살아갈 뿐이다.

단순한 부러움은 상대를 닮고 싶고 나도 성장하고 싶은 마음, 나아가 상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시기심은 내 결핍에 박힌 가시가 되고, 좀처럼 뽑히지 않은 채 거기에 더 몰두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가시 박힘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도 없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삶에는 반드시 시기심을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때 우리의 결핍을 마주하고 내가 가진 좋은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집착과 회피에 매몰되기보다는 내 삶의 좋은 것을 기억하며 더 진정한 나 자신이 되어갈 수 있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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