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스미스식 경제성장과 슘페터식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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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조엘 모키르의 '성장의 문화'(에코리브르 펴냄)를 독자들과 함께 읽고 있다.
추격 경제에서 선도 경제로 전환하려면 어떡해야 할지, 성장 정체로 좌절하고 고통받는 사회에 진보의 꿈을 되돌리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같이 따져보기 위해서다.
자연에 관한 순수 과학적 탐구에 사회의 잉여 자원을 투자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인간 욕망 실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경제 성장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부의 원천은 자연이기에 스미스식 성장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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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조엘 모키르의 '성장의 문화'(에코리브르 펴냄)를 독자들과 함께 읽고 있다. 이 책은 근대 초기 유럽에서 산업혁명과 경제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다룬다. 이른바 '대분기'가 일어난 시기이다. 역사 내내 문명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유럽이 어떻게 선진국인 중국과 인도와 오리엔트 제국을 무찌르고, 기술 혁신과 폭발적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올라섰는지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요즘 한국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다. 추격 경제에서 선도 경제로 전환하려면 어떡해야 할지, 성장 정체로 좌절하고 고통받는 사회에 진보의 꿈을 되돌리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같이 따져보기 위해서다.
모키르에 따르면 경제 성장엔 두 종류가 있다. 애덤 스미스식 성장과 조지프 슘페터식 성장이다. 스미스식 성장은 시장경제, 재산권 보장, 계약문화 확산, 조직 충성심 고양, 공공의식 고취를 통한 무임승차 방지 등 주로 사회관계의 개선을 통한 효율성 증진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관계가 제도를 통해서 구현되면 확실히 근면, 저축, 자선, 위험 감수, 사회 연대 등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슘페터식 성장은 이른바 '파괴적 혁신'으로 압축된다. 자연에 관한 순수 과학적 탐구에 사회의 잉여 자원을 투자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인간 욕망 실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경제 성장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부의 원천은 자연이기에 스미스식 성장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자유를 외치고, 주인의식과 공공의식을 부르짖어도 재배 기술을 혁신해 사과 한 알을 두 알로 늘리지 못하면, 언젠가 성장은 멈춘다. 기술 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인 경제 성장은 말짱 도루묵에 불과하다. 저자는 과학 연구와 현장 지식이 실용적 형태로 결합한 지식을 '유용한 지식'이라고 하고, 유용한 지식을 지속해서 생산하도록 독려하는 산업 계몽주의 문화가 유럽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이런 문화 건설엔 사회 최상층 엘리트의 생각이 중요하다. 이들이 유용한 지식에 관심을 품고, 스스로 이를 학습하고 연구하며, 과학 발전과 산업 기술을 후원하는 일을 자랑하도록 하는 문화혁명이 필요한 것이다. 이들이 건물주가 되어 지대 착취에 몰두하고, 의술이나 법률 같은 처방적 지식으로 부를 늘리는 나라엔 희망이 없다. 그러고 보면 한국의 최상급 엘리트가 물리학과 수학, 전자공학과 화학공학에 뛰어들 때 경제 성장이 일어났다. 어떻게 우리의 가장 뛰어난 청년들이 과학 연구와 모험 기술 개발에 인생을 투자하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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