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가를 지분 7% 놓고 피 말리는 '쩐의 전쟁'

최란 2024. 9. 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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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 "최소치인 7% 지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
최윤범 "온 힘 다해 MBK 공개매수를 저지…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영풍과 고려아연이 창업주부터 75년간 이어져온 공동 경영 체제를 끝내고 경영권 분쟁에 돌입하면서 서로 승리를 자신하는 가운데 양쪽 다 최소 약 7%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쩐의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선공에 나선 곳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이다. 영풍은 MBK에 최대주주 지위를 양보하면서까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할 계획이다.

현재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확보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총 33.13%다. 최 회장 등 최씨 일가가 확보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우호 세력으로 꼽히는 한화(7.75%)·현대차그룹(5.05%)·LG화학(1.89%)·한국투자증권(0.77%) 한국타이어(0.75%), 모건스탠리(0.48%) 등을 포함해 총 33.99%다.

고려아연 지배구조. [사진=최란 기자]
고려아연 주요주주 및 지분율 구성. [사진=메리츠증권]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최소 6.98%(144만 5036주)에서 최대 14.61%(302만 4881주)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소치인 7% 지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MBK와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의 지분율은 최소 40.11%에서 최대 47.74%로 늘어난다.

MBK 파트너스가 최대 목표 수량을 확보하면 고려아연 자사주 2.39% 등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하고 의결권 있는 주식 52%를 갖게 돼 경영권을 확보한다.

최소 목표인 약 7%만 확보하더라도 의결권 있는 주식 44%를 차지할 수 있다.

MBK 측은 과거 주총 출석률을 고려했을 때 44%의 의결권으로도 최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최소 7%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MBK파트너스는 단일 최대 주주에 오르고 고려아연의 경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이에 앞서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계약을 통해 영풍·특수관계인 소유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MBK파트너스가 영풍 측보다 고려아연을 1주 더 많이 갖게 된다.

공개 매수 선언 이후 고려아연의 주가가 연일 급등하자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일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7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개매수 가격(66만원)보다 7만5000원 높다.

MBK파트너스 측은 그러나 공개매수의 성공을 자신하며 현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주가 상승은 개인 투자자로 인한 것이고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가격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매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MBK와 영풍의 공세에 맞서 최 회장 측도 지분 추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전날 임직원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온 힘을 다해 MBK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낸 저는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 '계획'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군 확보를 통한 대항 공개매수가 그 계획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8일 최 회장 측이 영풍 장씨 일가와의 특별관계자 해소 공시를 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에 대항하는 지분 매수의 길을 튼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 및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종료일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고는 그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항 공개 매수를 위해서는 단기간에 조단위의 자금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자금력 있는 우군(백기사) 확보가 시급하다. 업계는 최 회장이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7일 일본 도쿄로 출국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이 복수의 글로벌 사모펀드와 접촉했다거나 특히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났다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려아연과 사업 협력 관계에 있고 최 회장 측이 주도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최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한화·현대차·LG화학 등을 상대로 추가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국내 증권사를 상대로 한 주식 담보 대출이 시도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적인 기업과의 주식 교환이 가능해 현대차나 한화 등의 기업의 지원을 받으면 자사주 교환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으로서도 한화·현대차그룹·LG화학 등 기존 우호 지분이 그대로 있는다 해도 MBK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최소 7%의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필요한 자금은 적어도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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