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당직도 힘든데 막막"… 의대 교수들 번아웃 호소
20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7개월째를 맞이한 가운데 밤샘 당직, 입원 환자 진료 등의 일을 고스란히 떠안은 의대 교수 상당수가 "체력이 바닥난 지 오래"라며 "올해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사직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531명 중 91.1%에 달하는 1만2329명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현재 전공의 대다수는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응급실의 진료 제한·축소로 돌아오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건국대학교 충주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이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도 다음달 1일부터 주 1회 오후 6시~다음날 오전 8시까지 성인 응급의료센터 진료를 제한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의료진 피로누적'으로 응급실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응급실뿐 아니라 장기이식과 같은 중증 환자에 대한 대형 수술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장기이식을 기다리던 환자가 목숨을 잃은 사례가 늘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전국 이식의료기관의 간·신장·심장·폐·췌장 등 5개 장기 이식 건수가 지난해 2~6월 1796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1270건으로 29% 감소했다. 올해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1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42명)보다 7.5% 늘어난 수치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수도권 한 간이식과 교수는 "전공의 이탈 초기에는 이런 업무들을 전문의(교수) 등이 나눠서 하며 어느 정도 공백을 메꿀 수 있었으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장기기증 현장 관리의 구멍이 커졌다"고 폭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남은 교수(전문의) 당직 횟수 등 업무량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전문의 모집의 지원자가 고작 125명(전체 모집 대상의 1.7%)이었기 때문이다. 매년 3000명 정도 배출되던 신규 전문의가 내년 급감할 예정인데다 약 100명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남은 교수들의 피로감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A안과 교수는 "이미 번아웃이 와 언제 (상급병원을) 그만두고 (개인병원을) 개원할지 고민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시를 강행해 결국 내년 의대 정원을 1509명 더 늘리겠다고 하니 진료와 당직도 힘든데 내년에 학생을 어떻게 가르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A교수는 올해 만 60세로 해당 병원 안과에서 최고참이지만 주 1회 당직을 서고 있다. 이 병원 안과 전공의 8명이 지난 2월 사직했고 남은 전문의 7명 중 2명이 최근 번아웃을 호소하며 사직해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A교수는 "안과 전문의는 이 체제가 계속 간다면 올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줄줄이 사표를 내겠다는 분위기"라며 "이미 40대 전후 젊은 교수들은 연내 사직하고 개원하기로 결심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서울 상급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B교수는 "전공의가 해온 당직을 대신 서면서 낮에는 진료를 그대로 한다. 이 생활을 7개월째 이어오니 진료와 교육, 당직을 병행하기 힘들다"며 "내년에 신규 전문의도 전공의도 없는데 학생을 왕창 교육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호소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대 증원이 중단되고 전공의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외에는 사태를 해결할 다른 방안이 없다"며 "추석 이후 응급실 근무 교수와 전문의의 피로도 증가로 응급실 진료가 더 축소될 수 있고 진료를 못보는 수준을 넘어 의료 재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은 기자 pje454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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