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명에 ‘일사불란’ 남성들…홍대입구역 ‘몰카男’ 검거 전말

‘불법촬영’ 피해 여성 비명 소리에…젊은 남성들 도망가던 몰카범 단순에 제압
경찰 “몰카범 휴대전화서 불특정 다수의 女 신체 불법 촬영한 영상 발견”…여죄 밝힐 예정

<MBN 방송화면>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지나가던 여성들을 불법 촬영한 20대 남성이 인근 시민들의 도움으로 빠른 시간 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이 비명을 지르자 현장에서 도주했지만, 비명을 듣고 달려온 젊은 남성들에 의해 제압당한 뒤 경찰에 넘겨졌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폭행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5일 오후 5시 40분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을 알아차린 한 피해 여성이 비명을 지르자 A씨는 현장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비명을 듣고 달려온 20대 남성들에 의해 삽시간에 제압당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목격한 남성 2명과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A씨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60m 떨어진 곳에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 휴대전화에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 신체를 불법 촬영한 영상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마포경찰서는 A씨를 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폭행 혐의로 입건하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여죄를 밝힐 방침이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하철 1~8호선 불법 촬영 범죄의 28%가 홍대입구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불법 촬영 범죄가 집중된 곳은 8·9번 출입구 계단이었다.

8건 가운데 7건이 오후 8시~11시, 8·9번 출입구 계단에서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홍대입구역 8·9번 출구는 퇴근 시간 유동 인구가 많이 몰려 범죄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교통공사는 홍대입구역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불법촬영 범죄를 막기 위해 8·9번 출입구 계단에 CCTV 2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는 출입구 인근 CCTV 총 14대가 운영 중이다.

또 마포경찰서와 협의해 시민이 직접 뒤를 확인할 수 있는 '안심 거울'을 최근 계단 천장부에 설치했다. 이 밖에 추가적인 대책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홍대입구역이 올 상반기 일평균 수송 인원 11만 명으로 교통공사 관할 역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면서 "불법촬영 예방을 위해 자체 점검반을 구성, 불법촬영 위험이 높은 장소들을 순회하며 이를 예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