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칠불사에서 무슨 일이…김영선 ‘공천 딜’부터 ‘김건희 텔레그램’까지 이준석이 밝힌 전말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4‧10 총선을 한 달여 남겨놓은 올해 3월1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선거 자문 명태균씨, 이준석·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이 지리산 칠불사에서 만난 일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이 자리에서 개혁신당 비례대표 공천을 전제로 김 전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을 폭로하겠다는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칠불사 회동 전후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계속해서 물음표가 따라붙는 모양새다. 그날 칠불사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던 걸까.
이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건희 여사의 총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보도에 대해 김 전 의원이 김 여사가 등장하는 텔레그램 갈무리 사진을 보여주며, 개혁신당 비례대표 공천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김 전 의원의 폭로 내용이 빈약했고, 비례 공천 요청도 현장에서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그는 2월29일 오전 8시44분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로부터 '김 전 의원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으니 직접 만나보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관계자에게 김 전 의원이 서울에 언제 올라오는지 물었으나 칠불사에 계속 머물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을 실제로 만나지 않고는 폭로 내용이 담긴 캡처 사진 등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판단에 이 의원은 이날 밤 차로 이동해 다음 날 새벽 1시경 칠불사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김 전 의원 등과 만나 차를 마시며 폭로 내용을 들은 후 새벽 4시경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김 전 의원의 폭로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 의원은 "빈약하다(완결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김해에 공천을 신청한 김 전 의원 결과도 안 나왔고, 창원에 공천을 신청했다는 사람의 결과도 안 나와서 (김 전 의원) 주장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의 근거를 들었다. 이 의원은 이어 개혁신당 비례대표 앞 순위를 달라는 김 전 의원 요청을 현장에서 거부하면서 공천권은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날 오전 11시13분경 김 전 의원 측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폭로 내용이 "아무리 생각해도 약하다"라고 재차 말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2시 금태섭 전 의원의 종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간 이 의원은 다수의 개혁신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의 폭로 내용을 공유했다. 이 의원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고 적었다. 이후 김 전 의원 측이 이후 김종인 위원장과 그 가족에게 찾아가 비례대표 공천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금 전 의원의 개소식 때 있었던 논의 내용은 조응천 전 개혁신당 의원도 같은 맥락으로 얘기했다. 조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김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내용을 폭로할 테니 개혁신당 비례 3번을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조 전 의원은 "개소식을 끝내고 후보 방에 모여 얘기를 했다. 김 전 의원이 김 여사 말을 듣고 (지역구 공천 신청을) 김해로 옮겼는데 컷오프돼 완전히 열을 받았고, 관련 증거도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했다.
조 전 의원은 당시 "명색이 당명에 개혁이라는 걸 넣었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며 "내용이 뭔지 파고들 필요도 없이 굉장히 구리다. 구정치 냄새가 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었다고 한다. 그는 "김 전 의원이 그렇게 개혁에 부합하는 것 같지 않고, 우리 당이 지금 새로 만들어져서 어렵게 싹을 키우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앞날이 없다. 저는 '그거 안 된다'라고 얘기를 했다"며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 또한 19일 CBS 라디오에서 "김 전 의원이 처음에는 (비례대표) 1번을 달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3번을 달라(고 해서), 그건 거론할 가치가 없으니까 상대를 안 해버렸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칠불사 회동 다음날인 3월2일 김해갑에서 컷오프 당해 경선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이에 컷오프 사실을 미리 알고서 폭로 계획을 꾸민 게 아니냐는 분석 나왔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증폭되면서 해당 텔레그램 캡처 사진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사자인 김 여사와 김 전 의원 등이 메세지 원문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해당 캡처 사진을 봤다고 하는 이 의원에게 공개 압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의원이 원문 캡처 사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공개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의혹이 끊이지 않자 이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애초에 공천 개입이 애매하다고 했던 건, 텔레그램의 내용이 김 전 의원 측의 요청을 그분이 '돕기 어렵다'고 하는 취지인데, 도대체 뭘 바라고 이 판을 끌고 나가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해당 텔레그램 내용은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의 요청을 거절하는 내용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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