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보험산업과 자율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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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폐허 상태였던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국내 일각에서는 기존처럼 통일된 기준 제시를 통한 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만약 우리가 정해놓은 방향이 IFRS 개선 방향과 차이가 발생한다면 국내 보험 산업의 국제적 신뢰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계리사회는 보험 업계 실무자 20여 명을 모아 결산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발제된 내용과 수준을 보며 우리 보험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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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폐허 상태였던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유례없는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빈약한 물적자원에도 불구하고 높은 교육열로 길러낸 인적자원으로 당국의 리더십과 가난 극복의 열망으로 하나 된 우리 국민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특히 장기 투자 재원을 공급하는 생명보험과 다양한 위험 보장 수단을 제공하는 손해보험은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세계 7위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효율성에 중점을 둔 정책 추진은 중장기적 연구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더불어 당국 주도에 익숙해진 보험 업계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마다 당국의 세부적인 지침을 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990년대 초 필자는 감독당국과 보험 업계 관계자 10여 명과 함께 일본계리사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일본의 한 생명보험사는 의사들을 고용하여 관련 노하우를 축적하고 데이터를 집적하는 과정을 설명했는데, 국내 참가자들은 의사 고용 비용을 고려할 때 무진단 계약의 질문서를 고도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대부분의 계약을 무진단으로 체결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봤을 때 의사를 활용해 데이터를 집적하였다면, 산업 발전 측면에서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효율성 위주의 사고방식은 시대가 발전하고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세계화의 후퇴와 분쟁 심화로 인한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 등은 보험 산업에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의 발전과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도입된 IFRS17과 K-ICS는 보험사에 막대한 시간과 자원의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별 IFRS 원칙에 적합한 계리 업무 체계 수립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결산 방식은 기존과의 차이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일정 기간은 변화에 대한 심도 있는 영향 분석이 필수적이나, 많은 이들은 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성급히 오류로 단정 짓기도 한다. 하지만 빠른 판단보다는 추후 책임 소재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IFRS 도입 후 3년 동안 충분한 분석과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해나간다고 한다. 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 일각에서는 기존처럼 통일된 기준 제시를 통한 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만약 우리가 정해놓은 방향이 IFRS 개선 방향과 차이가 발생한다면 국내 보험 산업의 국제적 신뢰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민관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계리사회는 보험 업계 실무자 20여 명을 모아 결산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발제된 내용과 수준을 보며 우리 보험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속 회사와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고 실무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국내 보험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는 이러한 젊은 인재들을 중심으로 자율을 통한 효율 추구 기반을 마련할 시점이다. 더 나아가 세계가 인정하는 '보험 한국'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전용범 한국보험계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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